한화솔루션(009830)이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고순도 크레졸 공장 설립이 5년째 멈춰서 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선뜻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020년 말 1200억 원을 투입해 연산 3만 톤 규모의 고순도 크레졸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순도 크레졸은 헬스케어·플라스틱 첨가제·합성향료·농화학·전자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부가가치 소재다. 한화솔루션은 시장 규모 8000억 원에 매년 4%씩 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관련 공장을 세우고 2023년 글로벌 시장 3위에 올라서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후 사업 진행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6월로 정했던 공장 가동시기를 같은해 9월과 2024년 5월로 두 차례 연기했다. 물성 개선과 설비 보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는 이유였다. 한화솔루션은 당시 투자금을 500억 원가량 더 집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공장 설립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잠재웠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한화솔루션은 사실상 '투자 재검토' 공시를 내놓았다.
한화솔루션은 현재까지도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사업은 기술을 이전 받지 않고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연구 개발에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비 1700억 원은 이미 집행된 상태로 공장은 여수산업단지에 짓다가 만 채 남아 있다. 사업 개시를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석화 산업 불황이 길어지며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고순도 크레졸 사업 추진을 시작한 2020년 59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보였다. 코로나 19 팬더믹 당시인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9662억 원에 달했다. 한화솔루션은 이 시기 태양광 산업에 여유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현재도 미국 조지아주에 3조 2000억 원을 투자한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가 건설 중에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석화와 태양광 사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현재도 고순도 크레졸은 연구소 단위에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