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스크에 손놓은 반도체 지원…韓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1%대 추락' 경고

2025-01-15

현재 2% 수준인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이 2년 뒤인 2027년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함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1%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대적인 투자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한국은 정치 리스크에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팹리스에만 1600억 엔을 쏟아붓기로 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지난해 8월 산업부에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AI 시대 팹리스 등 시스템반도체 성장 전략’ 연구를 보고했다.

연구팀이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 매출 점유율은 2023년 2.3%에서 올해 2%로 떨어진 뒤 2027년 1.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점유율이 2023년 72%에서 2027년 73.9%로 확대되는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대만의 점유율도 7.7%에서 8.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기업 매출이 2023년 84억 달러에서 2027년 8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미국(2602억 달러→3687억 달러)과 유럽(369억 달러→549억 달러)은 물론 일본(168억 달러→185억 달러)도 시스템반도체 기업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팹리스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23년 1%에서 2027년 0.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엔비디아나 퀄컴같은 팹리스의 활약에 힘입어 이 기간 동안 점유율을 79.1%에서 84.1%로 늘릴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부진의 원인으로 △혁신적인 연구개발(R&D) 부족 △전문 인력 미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와의 협력 약화 △스타트업·중소기업 지원 체계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먼저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기업·정부가 공동으로 ‘팹리스 인력 개발원’을 설립하는 식이다. 2023년 기준 4500명 수준인 시스템반도체 분야 인재를 2027년까지는 600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파운드리’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전자나 DB하이텍 같은 국내 주요 파운드리를 활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구팀은 국내 팹리스 업체들과 파운드리 기업 간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제는 경쟁국들이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제조국가들은 팹리스 지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4 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과 2025 회계연도 예산안으로 반도체 설계 산업 지원금 1600억 엔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금은 일본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대학이 수행하는 첨단 분야 반도체 설계 R&D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일본은 그동안 라피더스의 공장 건설 지원을 비롯한 반도체 제조 쪽에 재정 투자를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엔비디아·애플이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서 일본 역시 팹리스 분야 지원 확대로 가닥을 잡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전 세계가 사활을 걸고 뛰고 있는 분야”라며 “한국은 주 52시간 관련 내용조차 해결을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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