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큰손’ 고객인 애플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출액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넘사벽 기술’을 무기 삼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OLED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2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30억 달러)보다 약 2% 하락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12월 실적을 포함해도 2023년 수출액 141억 달러를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6 판매 부진에 '애국 소비' 등에 업은 중국까지
이렇게 OLED 판매가 부진해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비약적으로 수요가 늘었던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이 움츠러들었다. 실제로 OLED 수출액은 2022년(153억 달러)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코로나 엔데믹 후인 2023년부터 2년 연속 감소세다. 애플 신제품의 판매 부진도 악재였다. 국내 OLED 업계를 주도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아이폰용 OLED 비중이 삼성디스플레이가 50%, LG디스플레이 30%, 중국 BOE 20%인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훈풍’을 기대했으나 판매가 부진하자 업계 시름도 깊어졌다.
여기에다 ‘애국 소비’를 등에 업은 중국 업체의 굴기도 K-디스플레이 업체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OLED 패널 출하량은 5억5000만여 대였다(추정치). 이는 국내 기업 5억900여 대를 처음 앞선 것이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한국의 OLED 매출액 비중도 2022년 80.6%에서 2023년 73%, 지난해 66.6%(추정치)로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반등 기대감, 왜
그렇다면 올해 전망은 어떨까. 업계는 올해는 ‘반등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올 하반기 애플이 아이폰17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엔 중국 기업들의 따라오기 힘든 ‘넘사벽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저전력 디스플레이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패널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고사양 기종에만 LTPO 패널을 적용했는데 아이폰17부터는 모든 모델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이러면 국내 기업들이 아이폰 물량을 모두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규제 기조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존 몰레나르 미국 하원 중국공산당특위 위원장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중국 BOE의 패널 수입 금지를 주장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에 제재가 가해지면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