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정부가 올해 해외 건설 시장에서 500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1조달러(1472조5000억원) 달성,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24년은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중요한 성과를 낸 해였다. 다만 건설업계 내부는 국내 건설 시장은 여전히 회복을 기다리는 상황인데 반해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어 정부의 목표는 더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 투자 성장률은 -1.5%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역성장을 보였다. 건축 허가 건수도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이는 국내 주택 시장의 침체와 함께 건설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잇따른 미분양 사태와 분양 시장 위축으로 인해 국내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 내 일부 대형 아파트 단지는 분양률 50%를 넘기지 못하며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국내 시장의 침체는 건설업계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해외 건설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1조5000억원 규모의 PIS펀드(플랜트, 건설, 스마트시티 수출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할 것이며, 이를 활용해 해외 투자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추가로 1조1000억원 규모의 2단계 펀드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을 파견하고,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중동,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정부는 K-City, K-철도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해외 건설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민관 합동 수주 지원단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파견되는 수주지원단이 네트워크가 부족한 회사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PIS펀드의 운용 방안에 대해 “펀드를 조성하고 나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며 “만약 펀드가 실제로 해외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대출 형태로 제공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에는 또 다른 숙제도 아직 남아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수주에서 상위 10개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6.3%로, 여전히 중소·중견 건설사와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 지속된 양극화 현상으로, 정부가 제시한 해외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에게도 적극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해외 건설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2%로 제시됐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 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이러한 리스크는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들이 수주를 확정짓는 과정에서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500억달러 목표는 도전적인 숫자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중소건설사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와 함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