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대표적인 '건설 후방 산업'인 건축자재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자재 기업들의 매출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건설·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자재 업계는 제한적인 성장과 점진적인 둔화를 겪으며 산업 전반의 정체가 뚜렷해졌다. KCC는 2019년 이후 꾸준히 매출을 늘려왔으나, 2022년을 정점으로 2023년에는 성장세가 둔화되며 하락세로 전환됐다. LX하우시스의 경우, 5년 동안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증가폭은 크지 않았으며, 최근 들어 매출이 감소하며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샘은 2021년까지는 가구 및 인테리어 수요 증가로 매출을 늘렸으나, 이후 건설 시장 침체와 내수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출액을 살펴 보면 KCC는 최근 몇 년간 감소와 소폭의 반등세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2022년 KCC의 연간 매출은 6조7747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6조2884억원으로 약 7.2% 감소했다. 2024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5조13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3% 증가한 수치지만 2022년 동기 대비로는 약 2.6% 감소했다. 주요 품목인 실리콘과 건축용 도료의 매출 감소가 눈에 띄며, 이는 건설 시장 위축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LX하우시스는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LX하우시스의 연간 매출은 3조6111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3조5258억원으로 약 2.9% 감소했다. 2024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2조6814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1.56% 감소하며, 여전히 과거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주력 부문인 건축자재 사업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건축자재 매출은 2022년 2조6470억원에서 2023년 2조5681억원으로 약 3.1% 감소했으며, 2024년 3분기에는 1조9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9% 줄어들었다. 이는 건설사의 분양 물량 감소와 신축 프로젝트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샘 역시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가구와 인테리어를 주력으로 하는 한샘은 2022년 연간 매출 2조1302억원을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2조703억원으로 약 2% 감소했다. 2024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조4942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3%, 2022년 동기 대비 약 6.6% 감소한 수치다. 전체 매출의 98%를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한샘은 특히 국내 분양 물량 감소로 인한 주택 관련 수요 감소가 실적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건자재 산업의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 감소는 단순히 매출 감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저하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적 지원 부재는 건자재 산업에 더 큰 불확실성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한 건자재 기업 관계자는 “건설사 분양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분양이 활발해야 창호, 바닥재 같은 건자재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신축 물량이 계속 미뤄지면서 저희 같은 기업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지연도 문제로 꼽았다. 특히 3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연기되며, 건자재 산업은 추가적인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규 주택 공급이나 분양이 늘어나야 자연스럽게 건자재 시장도 회복될 수 있다”며, “정부가 건설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분양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