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이오로직스 '넥스트 유비콜' 내년 나온다

2025-01-17

전 세계 콜레라 백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유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백신 공급 증가, 환차익 등의 효과로 지난 한 해 연매출액도 창립 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 앞자리 수 갱신이 예상된다. 회사는 거둬들인 수익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유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99% 성장한 102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312.16% 성장한 362억원이 전망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비콜 시리즈'를 통해 공공 콜레라 백신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경구용 백신 '유비콜-플러스'의 역할이 크다. 기존 바이알(유리병) 형태의 백신은 보관이 어렵고 깨지기 쉬워 열악한 환경의 저개발 국가에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유비콜-플러스는 이를 개선해 플라스틱 튜브 제형으로 제작함과 동시에 부피와 무게까지 줄였다.

결국 운송, 배포 등도 용이해졌다. 2022년 '유비콜-플러스' 생산량은 300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분)를 넘어서기도 했다.

작년에는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콜레라 백신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회사는 공급량을 50% 이상 늘리기 위해 백신 원액시설을 증설하는 한편, 개량형 백신을 추가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가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공급을 시작한 신규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S'는 유비콜-플러스 대비 원액의 제조방법을 개선해 생산성을 약 40% 향상시켰다.

공공시장에 공급되는 콜레라 백신의 평균 단가도 증가 추세다. 경구용 백신의 경우 2주 간격으로 2회 경구 투여해야 하는데, 1도즈당 가격이 지난 2022년 1.33달러(약 1938원)에서 2023년 1.58달러(약 2303원)로, 작년에는 1.75달러(약 2550원)로 올랐다. 전체 콜레라 백신 매출의 98~99%가 공공 물량에서 나오는 만큼 가격 상승과 환차익 효과 등이 회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콜레라 백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유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고 나서 보통 24시간 안에 설사와 구토 증상을 보이는 감염병이다. 심한 경우 탈수와 저혈량 쇼크가 온다. 적절한 수액 치료 시 치사율이 1% 미만이지만 치료받지 않는 경우 50%까지 높아진다. 백신 접종 시 경구용을 기준으로 1차 투여 후 6개월 이내에 2차 투여를 하면 면역 효과가 3년간 지속되며, 70~80%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분화 현상이 생길 순 있겠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 수 증가 추세는 크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계속 발생하면 깨끗한 물을 마시기 어렵고 세균이 번식하기도 쉽다. 실제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 덥고 상하수도 시설이 좋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콜레라가 창궐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새해부터 유니세프(UNICEF)와 약 50억원 규모의 '유비콜-S'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전년 매출액의 6.69%에 달한다. 앞선 관계자는 "한 달에 서너건 정도 수주 계약이 발생하지만 의무 공시에 해당하는 규모의 계약일 경우에만 공시한다"고 부연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콜레라 백신을 이을 차기 성장동력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신규 백신 2종도 공공 조달 시장 진출이 목표다.

가장 출시가 임박해 있는 제품은 지난해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장티푸스 백신 'EuTCV'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출용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품목허가 이후 WHO PQ 인증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올 2분기 중 WHO PQ를 신청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HO PQ는 백신의 제조 공정, 품질, 임상시험 결과를 평가해 안전성과 유효성, GMP를 인증하는 제도로, 심사 통과 시 국제 조달 입찰 자격이 주어진다. 유니세프, 범미보건기구(PAHO) 등 UN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WHO PQ 인증 획득이 필수적이다.

유니세프 공공 조달 시장에서 장티푸스 백신이 차지하는 규모는 8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회사 관계자는 "장티푸스 백신의 메인 타깃은 유니세프이기 때문에 WHO PQ 인증이 필수적이다. 다만 신청 후 인증받는 데까지 약 1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2분기 안에 신청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티푸스 백신 다음 먹거리는 5가 수막구균 백신 'EuMCV5'로, 오는 2028년 공공시장 및 사설시장 진출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며 치명률이 50%에 달한다. 콜레라, 장티푸스와 달리 공기 중에 있는 비말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나타난다.

특히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이남의 수막염 벨트에서 매년 발생하는 유행성 수막염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지만 수막구균 공공백신을 생산하는 회사는 인도의 세럼연구소 정도다.

전 세계 수막구균 백신 시장규모는 3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EuMCV5'는 세균접합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어, 기존 불활화 백신 대비 높은 예방효과를 나타낸다"며 "우선 국내 출시 후 WHO PQ 인증을 통해 공공시장 및 저소득, 중소득 국가로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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