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하게, 대충해서 제대로 할 수 없는 건 없다.”
38년 동안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야구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 온 베테랑 감독의 일침이다.
20세부터 야구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서울 상명중학교 박경식 감독(57)은 16일 강원 인제 야구장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부도 운동도 대충해서는, 적당하게 해서는 잘할 수 없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큰 꿈을 품게 하고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학생 운동부 지도자의 임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경남상고(현 부경고), 경희대 야구팀에 이어 2011년부터 상명중 야구부를 이끌고 있다. 박 감독은 “중학교 학생들은 성적보다는 성장이 중요한 시기”라며 “어떻게든 선수별 특징과 성격에 따라 맞춤형 성장법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야구 감독을 오래 했지만 선수들의 잠재력을 계속 끌어내 한 단계, 두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시간이 갈수록 여전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뛰어난 기술이 아닌 기초 체력과 정신 자세다. 박 감독은 “기초 체력과 운동 능력이 좋아야 기술도 배울 수 있고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도 정신 자세가 안일하고 지금에 안주하려 한다면 더 성장할 수 없다”며 “100개 중 90개를 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하지 말고 97개 이상 기술을 익히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선수들은 박 감독에게 ‘손자뻘’이다. 박 감독은 “야구를 즐겁고 편안하게 하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평상복을 입으면 귀여운 아이들이지만 야구복을 입으면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야구 선수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10여 차례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택근, 김사율 등은 박 감독이 경남상고에서 길러 낸 제자들이다. 황준서(한화), 최동희(KT), 박세현(롯데), 임진묵(키움), 조건희(LG) 등 영건들도 박 감독이 상명중에서 지도한 현역 프로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상명중 시절 모두 열심히 운동한 선수들”이라며 “앞으로 더 뛰어난 선수들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명중은 서울 노원구에 있다. 서울 소재 야구팀들이 타 지역으로 전지훈련이나 대회에 출전하려면 교장 등 학교 차원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번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야구 페스티벌’과 지난달 강원 횡성에서 정상에 오른 제2회 마이데일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도 학교 차원에서 흔쾌히 출전을 허락했기에 나설 수 있었다. 박 감독은 “한제희 교장, 장준혁 야구부장이 야구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며 “편안하게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상명중은 지난달 강원 횡성에서 열린 제2회 마이데일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우승했다. 상명중은 8강에서 동신중을 4-0으로 꺾은 데 이어 4강에서 대치중을 7-5로 제압했다. 결승 무대에서는 수원북중SBC까지 물리치며 정상에 올랐다. 박 감독은 “우승은 운이 따라야 할 수 있는 법”이라며 “선수들은 그저 경기를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 순간, 모든 것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진정성 있게 대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며 “시간이 많다고, 내일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순간 순간을 소홀히 흘려보내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야구는 즐거움과 힘겨움을 동시에 주는 존재”라며 “나는 지도자로서, 선수들은 선수로서 지금 힘겨움과 쓴맛을 이겨 내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야구 페스티벌’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인제 야구장에서 열린다. 인제군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최하고 인제군이 후원하는 대회로 전국 14개 중학교 팀이 참가해 페스티벌 형식으로 행사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