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BIOSECURE 조항'이 촉발한 바이오 공급망 재편과 韓 기업의 대응 전략

2025-12-08

박정인 학술연구교수(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 디지털소프트웨어공학부)

미국 상원이 2025년 10월 통과시킨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BIOSECURE 조항'이라 불리는 생물보안 규제가 포함됐다. 이 조항은 연방정부와 그 계약·보조금 생태계 전반에서 중국계 '우려 기업(Biotechnology Companies of Concern, BCC)'의 바이오 장비와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배제토록 한다.

대상에는 BGI, MGI, Complete Genomics, WuXi AppTec(후속 개정에서는 WuXi Biologics까지)이 거론됐다. 한국 기업은 미국 정부와 직접 거래하지 않아도, 글로벌 파트너의 공급망 준수 요구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법은 단순 제재를 넘어 '누구와 거래하느냐'뿐 아니라 '어떤 장비와 시스템으로 연구·생산하느냐'를 묻는 새로운 생태계의 신호탄이다. 생물보안 조항의 핵심은 공급망 전반의 보안 관리 강화다.

BIOSECURE 조항의 법적 핵심과 의무 이행 시점이 법의 목적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외국 적대국으로부터 바이오기술 공급망의 무결성을 확보함이다. NDAA 2026 S. 2296의 수정안(Amendment SA 3841)에 규정됐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예정됐다. 국방부의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고등교육기관 등 적용 대상 기관은 해당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연방정부 기관과 그 계약자는 '우려되는 바이오기업(BCC)'이 제공하는 바이오기술 장비나 서비스를 구매·계약·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제약사의 임상이나 생산을 수주해도, 그 제약사가 연방 자금을 받는다면 해당 장비의 출처까지 검증 대상이 된다.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관련 기관장들과 협의하여 법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우려되는 바이오기업' 명단을 공표해야 한다. 이는 사전 통지와 지정 사유 공개를 의무화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일단 지정되면 유예기간이 길지 않아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원은 여기에 더해 중국 등 적대국의 군사·정보기관과 연계된 대학이나 연구자와의 공동연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향후 한·미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대학·연구소는 파트너의 소속, 자금 출처, 연구 협력 이력까지 투명하게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가장 먼저 체감될 부분은 '간접 제재 효과'다. 미국 연방 자금이 투입되는 제약사·병원·연구기관은 계약서에 BIOSECURE 준수 조항을 삽입하고 이를 하도급 업체까지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CDMO, CRO, 진단·장비업체는 거래 파트너로부터 공급망 실사와 준수 증빙을 요구받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둘째,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다. 유전체 및 임상데이터의 처리 과정에서 장비·서비스의 출처를 입증해야 하며, 감사 대응을 위한 문서화·인증 비용이 늘어난다.

셋째, 공동연구와 조달 시장 접근성도 제한될 수 있다. 미 연방 조달·그랜트 시장에 참여하거나 NIH·FDA 과제를 수행하려면 BCC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여야 한다.

K-바이오의 3단 선제적 대응 전략: 공급망 보안을 새로운 품질 인증으로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은 이제 '공급망 보안'이라는 새로운 품질 인증의 시대를 맞고 있다. 유예기간은 짧고, 전환에는 시간과 증빙이 필요하다.

공급망 지도화 (Mapping): 장비·시약·서비스의 제조사와 소유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체화 (Second Source) 및 검증: BCC 이외의 벤더를 항상 확보하고, 밸리데이션(검증절차)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

계약서 재구성 (Repapering): 미국 파트너와의 계약에 BIOSECURE 준수, 변경 통지, 감사권, 위반 시 해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정비: 장비와 서비스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로그 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바이오 기업의 지식재산팀이 빛을 발하는 선제적 매핑–대체화–계약 재구성의 3단 고리를 돌려야 할 때다.

이번 법안은 단순히 한 국가의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의 서막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산·비BCC 장비와 시약의 대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인증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미국 연방 조달·보조금 규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 조달 대응센터를 통해 법제·계약·기술 가이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BIOSECURE 규제와 국내 K-바이오 GMP, ISMS·정보보안 표준 간 상호 운용성 가이드라인을 공동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

BIOSECURE 조항은 "누구와 거래하느냐"를 넘어 **"어떤 기술 기반 위에서 연구하고 제조하느냐"**를 묻는 시대의 신호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유지하려면, 지금 이 순간 공급망의 투명성과 자율적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