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용 차량, 타인 대여 허용한다…꽉 막힌 주류 면허도 '활짝 개방'

2025-12-08

앞으로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해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 등을 가리지 않은 원본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꽉 막혀있던 종합주류도매업 면허 발급 기준이 완화돼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쉬워지고, 소주 제조사가 주정(에탄올) 제조사로부터 원료를 직접 사들일 수 있는 물량도 대폭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8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AI·ICT 등 미래 전략산업 육성과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총 22건의 규제를 개선하기로 관계부처와 합의했다.

정부는 우선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의 발목을 잡던 데이터 활용 규제를 푼다. 현재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는 영상이나 음성 데이터는 모자이크 등 가명 처리를 해야만 AI 학습에 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AI가 보행자의 미세한 시선 처리나 움직임을 읽지 못해 기술 고도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적법하게 수집된 정보라면 ‘규제 샌드박스(특례)’를 통해 원본 데이터를 가명 처리 없이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의 특례 도입을 추진한다. 안전장치를 전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된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전처리에 드는 비용 절감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놀고 있는’ 캠핑카를 활용한 공유 경제 시장도 열린다. 그동안 캠핑카는 차량 50대 이상, 차고지 확보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춘 대여사업자만 렌트 영업을 할 수 있어 개인이 소유한 고가의 캠핑카는 대부분 유휴 상태로 방치됐다. 정부는 개인이 차량 공유 중개 플랫폼을 통해 타인에게 캠핑카를 대여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을 손질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신규 진입이 사실상 차단됐던 주류 도매업과 주정 유통 시장의 빗장도 푼다. 종합주류도매업은 최근 3년간 신규 면허가 거의 발급되지 않아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만 강화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면허 발급의 기준이 되는 허용범위(T/O) 산식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역별 주류 소비량 기준 허용범위와 소비 예상량 기준 허용범위의 평균값을 적용했으나, 앞으로는 둘 중 큰 값을 적용해 신규 면허(TO)가 더 많이 나오도록 한다. 국세청은 내년 상반기 중 관련 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다.

소주 시장의 원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주정(소주 원료) 유통 구조도 개선한다. 현재 국내 주정 유통은 9개 제조사가 만든 주정을 대한주정판매가 일괄 구매해 소주 회사에 파는 독점적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소주 제조사가 주정 회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의 2%(연간 3만 드럼)로 묶여 있었다. 공정위는 이 직거래 허용 한도를 연간 4만~6만 드럼(약 3~4%) 수준으로 2배가량 늘려 주정 제조사 간의 가격·품질 경쟁을 유도하고 소주 업체의 원가 절감을 돕기로 했다.

이 밖에도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자가 물리적 설비 공사 없이 ICT 기반의 스마트 기술만 도입해 운영비를 절감하더라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꾼다.

식품·건강기능식품 포장지에 깨알같이 적혀있던 의무 표시사항도 대폭 줄어든다. 소비기한이나 알레르기 정보 등 필수 정보만 크게 표시하고, 나머지 상세 정보는 QR코드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포장재 교체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더 큰 글씨로 핵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 개선으로 AI 등 신산업 분야의 기업 부담이 줄고, 폐쇄적인 주류 시장 등에 경쟁 원리가 작동해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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