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도 없는 양의지·강민호의 15년, 젊은 새 GG 후보 왜 안 보일까

2025-12-11

올해 KBO리그 골든글러브 10명 중 5명이 개인 첫 수상이다. 외국인 선수 3명(코디 폰세, 르윈 디아즈, 빅터 레이예스)을 제외하면 7개 부문 중 5개 부문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지난해 시상 때도 김도영과 박찬호 등 2명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포수 부문만은 새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두산 양의지(38)가 득표율 88% 압도적인 지지로 올 시즌 포수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았다. 개인 통산 10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지명타자 1차례를 제외하고 포수 부문에서만 9차례 상을 쓸어 담았다. 양의지에 강민호(40)까지 베테랑 포수 2명이 지난 15년 동안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을 양분해왔다. 이들을 위협할 경쟁자도 찾기가 어렵다.

양의지, 강민호가 일단 경이적이다. 양의지는 올 시즌 38세 나이로 타율 0.337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2013년 이병규에 이어 역대 최고령 타격왕 2위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면서도 20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포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강민호도 타율 0.269에 12홈런 71타점으로 후배 포수들을 압도했다.

양의지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조인성 두산 배터리 코치는 “(양)의지가 지난해 부상 때문에 골든글러브 후보도 못 들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코치인 제가 용납이 안 되던데 본인은 오죽했겠느냐”고 했다. 조 코치는 2010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양의지, 강민호의 15년’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수상자다.

포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할 일이 가장 많은 자리다. 젊은 선수가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역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 전 코치는 “현장에서는 포수한테 수비를 먼저 요구할 수밖에 없다. 투수 리드나 다른 수비에서 젊은 포수들이 베테랑을 넘기가 쉽지 않다. 1군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바로 성적을 내야 하는 곳 아니냐”고 했다.

올 시즌 10개 구단 포수 중 규정타석을 채운 건 양의지, 강민호에 박동원과 장성우까지 4명뿐이다. 박동원과 장성우 둘 다 35세 베테랑이다. 올해뿐 아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3시즌 연속 이들 넷만 규정타석을 넘었다. 시즌을 믿고 맡길 20대 포수가 아직도 부족하다.

공·수를 종합 평가하는 KBO리그 골든글러브 특성도 포수 부문 수상 난이도를 키운다. 1군급 수비를 갖추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정상급 타격까지 기대하는 건 더 어렵다. 20대 포수 대표주자로 꼽히는 NC 김형준(26)은 올 시즌 도루 저지율 35.6%로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1위를 차지했다. 키움 신예 포수 김건희(21)가 34.1%로 그다음이다. 블로킹이나 투수와 호흡 등 다른 면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형준은 지난달 데뷔 후 처음으로 KBO 수비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타격으로 눈을 돌리면 골든글러브를 기대하기에 아직 간격이 크다. 김형준은 올해 18홈런을 때렸지만 타율은 0.232로 저조했다. 김건희는 타율 0.242, 2홈런에 그쳤다. 타격왕에 20홈런을 때린 양의지와 비교하기 어렵다. 강민호도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지난해 타율 0.303, 19홈런을 기록했다.

양의지, 강민호 등 이례적인 몇몇을 제외하고 공·수를 겸비한 포수는 리그 역사를 따져도 많지 않다. 올 시즌 KBO리그 포수 평균 OPS는 0.691에 그쳤다. 2루수(0.687) 다음으로 낮다.

수비 비중이 대단히 큰 만큼 타격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경기전에도 할 일이 많다. 선발 투수와 경기 플랜을 논의해야 하고, 상대 타자 분석에도 시간이 든다. 과거와 비교하면 벤치에서 볼 배합을 직접 지시하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포수 1명이 수비적으로 신경 쓰고 책임져야 할 몫이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양의지처럼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라면 다년간 경험으로 쌓아둔 데이터가 차고 넘치지만, 젊은 포수들은 여기서도 어려움이 따른다.

난도가 높은 만큼 결국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포수의 발굴은 10개 구단 공통 과제일 뿐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조 코치는 “양의지 같은 경우 20대 초반부터 두산에서 김경문, 김태형, 강인권 이런 분들 아래에서 훈련량이 어마어마하지 않았나. 강민호도 마찬가지다. 그때 기본기를 확실히 다져놨기 때문에 지금 나이에도 버티고 있다 본다”면서 “포수가 할 일이 많은 포지션인 만큼 훈련 역시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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