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어슬레틱스가 드디어 돈을 쓰기 시작했다. 외야수 브렌트 루커와 9일(한국시간) 5년 6000만 달러 연장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어슬레틱스는 우완 루이스 세베리노를 구단 역대 최대 계약 규모인 3년 6700만 달러로 FA 영입했다. 2년 2100만 달러 계약이 남아있는 우완 불펜 제프리 스프링스를 받아오는 것을 골자로 탬파베이와 5대5 대형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어슬레틱스가 돈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연고지 이적을 앞두고 새로운 팬들에게 확실하게 어필을 해야 한다. 어슬레틱스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오클랜드와 작별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새크라멘토 마이너리그 구장을 홈으로 쓰다가 그 후로는 라스베이거스에 완전 정착한다. 새 연고지 라스베이거스 입성 전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야후스포츠는 “어슬레틱스가 새크라멘토에서 3년 동안 평균적인 성적만 유지해도 라스베이거스 팬들은 네바다 사막에 새로 입주하는 팀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렌트 루커 같은 선수는 성적 뿐 아니라 흥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선수다. 지난해 루커는 39홈런 112타점으로 리그 최고 외야수 중 1명으로 우뚝 섰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2023년 어슬레틱스 이적부터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 서사도 갖췄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어슬레틱스는 올해부터 MLB 구단 측과 선수 노조의 단체교섭협약(CBA)의 수익분배금 적용을 받는다. 협약은 2022년 새로 체결됐는데 그동안 어슬레틱스는 노후한 경기장 문제로 수익분배금에서 제외됐다. 새크라멘토 이전을 확정하면서 비로소 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어슬레틱스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7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전제조건이 있다. 수익분배금을 받으려면 선수단 총연봉이 수익분배금의 150%는 넘어야 한다. 최소한 1억500만 달러는 선수단 연봉으로 써야 수익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어슬레틱스의 선수단 총연봉은 64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동안 제법 많은 돈을 썼지만, 아직도 한참을 더써야 한다. ‘머니볼’로 대변되는 짠물 야구에 워낙 익숙한 어슬레틱스다. 경험이 없다보니 돈 쓰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