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로 급등 종목 대부분 2차 전지주
캐즘 영향으로 주가 우하향 추세 나타나
고평가와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 이끌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시그널만
FTSE러셀에서도 우려 나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지된 지 1년이 지난 후, 공매도 금지 소식에 급등했던 종목들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주가를 누른다는 일각의 의혹제기와 달리, 공매도가 없이도 결국 주가가 펀더멘털과 업황 영향으로 하락한 것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인 지난해 11월 6일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1년이 지난 지금 주가가 각각 38.3%, 21.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이 상한가를 기록했던 포스코퓨처엠 역시 공매도 금지 전보다 주가가 12.1% 하락했다. 금지 첫날 27% 올랐던 포스코DX는 코스피 이전 상장에도 불구하고 1년간 44.9% 내렸다.
당시 공매도 전면금지가 결정되었던 이유는 외국계 IB들의 불법 공매도 의혹이 커졌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요청됐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당시 주가 변동성이 커지던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공매도 세력’을 지목하며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 첫날 상한가까지 갔던 종목들은 금지 둘째날 다시 10%대 하락하는 등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다 올 들어 우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
공매도 전면금지로 급등했던 종목 대다수가 2차전지·배터리 관련 회사였는데 전기차 업황에 ‘캐즘(신기술의 일시적 수요 침체)’와 함께 밸류체인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가령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이 2021년엔 1150억원에서 2022년엔 3807억원으로 고속성장했으나 2023년엔 다시 156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올해 영업이익은 1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던 포스코홀딩스나 엘앤에프 역시 공매도 전면 금지 전보다 현재 주가는 20% 가량 빠진 상황이다.
2차전지주가 공매도의 대상이 된 이유는 고평가가 원인인데 공매도 유무와 관계 없이 고평가 해소 과정이 나타나면서 주가가 하락한 측면이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년 주가이익비율(PER)이 183배로 해외업체 평균 22배에 비해 높게 형성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반대로 HLB와 같은 바이오 업종의 경우 신약 개발 등의 모멘텀으로 일년간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불법 공매도 조사와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공매도 전면 금지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시장 비친화적인 시그널이 되었다는 비판은 나온다.
지난해 11월 발표 당시는 6개월 한시적 조치였으나 전산화 시스템 마련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내년 3월 30일까지 금지 조치가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달 초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공매도 금지를 이유로 한국을 선진시장에서 관찰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선진시장 유지엔 성공했지만 당시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글로벌 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격상하기 위해선 시장의 탄력성이 필요하며 그 핵심요소는 공매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매도는 시장의 효율적 가격 형성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고 설명했다.
공매도가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코스닥이 주요국 증시 중에서 가장 올해 성과가 저조하다는 사실도 아픈 부분이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코스피는 0.26% 올라 제자리 걸음에 그쳤는데 같은 기간 S&P500은 22.6%, 닛케이225는 18%, 항셍지수는 21.4% 상승했다. 주요국 증시 중 올해 성과가 마이너스인 곳은 프랑스(-1.4%)가 유일하며 코스닥은 시총 대장주의 하락으로 올해 16%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