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82%, 강남의 54%만 받았다”
소비쿠폰이 드러낸 서울 내부의 ‘양극화’
경기 침체 속 민생 회복을 위한 ‘2차 소비쿠폰’이 서울 시민에게는 예상보다 적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의 90%를 대상으로 설계된 정책이지만, 실제 서울에서는 82.2%만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단순 행정 차이를 넘어 고액자산가·고소득자의 집중 분포가 서울의 소득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민 10명 중 2명, ‘고소득·고자산’ 이유로 제외
7일 서울시 ‘소비쿠폰 사업비 현황’에 따르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은 총 750만820명으로 집계됐다.
전국민 지급이었던 1차 소비쿠폰(913만206명)의 82.2%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2차 소비쿠폰에서 재산세 과세표준 12억원 이상(공시가 약 26억7000만원, 실거래가 약 38억원 수준) 또는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자를 우선 제외했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상위 10% 가구도 고소득층으로 분류돼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이 같은 선별 기준은 명확하지만, 서울에서는 결과적으로 소득·자산 상위층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지급률이 낮게 나타났다.
◆강남·서초 절반만 받아…‘서울 안의 불평등’ 수치로 드러나
서울 25개 자치구 중 소비쿠폰을 가장 적게 받은 지역은 강남구였다. 구민 53만여 명 중 54.5%만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이어 서초구 54.8%, 용산구 71.5%, 성동구 77.6%, 마포구 77.9% 순으로 지급률이 낮았다.
반면 강북구 94.5%, 중랑구 93.7%, 금천구 93.5%, 도봉구 93% 등은 지급률이 전국 평균(90%)을 웃돌았다. 강남과 강북의 지급률 격차는 40%포인트 이상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쿠폰 배분의 차이가 아닌 서울 내부 자산 양극화의 실상을 통계로 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한다.
지난달 28일 기준 2차 소비쿠폰은 전국적으로 3080만명(지급률 74.7%)이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인천(80.3%)이 가장 높았고, 서울은 75.3%로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고소득·고자산 비중이 높은 수도권, 특히 서울의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 “배제된 10%, 설득 없으면 역차별 논란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선별 지급의 대표 사례이자, 형평성 논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 정책 전문가는 “서울의 지급률이 낮은 이유는 그만큼 고소득층이 집중된 도시 구조를 반영한다”며 “하지만 국민 90%가 받는 정책에서 제외된 10%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고소득층 배제는 불가피하지만, ‘왜 나는 제외됐는가’를 설명하는 데이터 공개와 소통이 부족하면 역차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며 “강남·서초 등 특정 지역이 ‘제외된 구’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정부의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 소비쿠폰 사업은 총 3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됐다. 정책 설계상으로는 하위 90% 국민의 소비를 직접 자극하는 데 목적을 두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선별 방식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행정비용 증가와 사회적 수용성 저하라는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향후 정책 설계에서는 지역별·계층별 균형 보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안에서도 다른 서울”…데이터가 보여준 불균형의 민낯
서울 평균 지급률은 82.2%였지만, 자치구별 편차는 최저 54%대에서 최고 94%대까지 벌어졌다.
“전국 단위 정책이 실제로는 도시 내부 불균형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서울 안의 또 다른 서울’을 비추는 거울이다.
소비쿠폰은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이지만, 그 지급률의 차이는 곧 소득·자산 격차의 사회적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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