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관세 대응 바우처의 92%는 중소기업에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부터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산업통상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편성한 올해 관세 피해 기업 지원(관세 대응 바우처) 예산은 총 962억 5000만 원으로 지난달 말까지 전액 소진됐다.
관세 대응 바우처는 미국의 상호·품목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에 대체 시장 발굴, 생산 거점 이전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초 산업부는 올해 바우처 예산으로 약 116억 원을 편성했으나 미국의 관세 부과로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자 추경을 통해 약 847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진행된 1차 바우처 모집 공고에서 선정된 기업은 216개사에 불과했지만 4월과 9월에 이어진 2, 3차 공고에서 선정된 기업은 각각 709개사, 1323개사로 급증했다. 9월에 신청한 기업의 경우 예산 소진 기한이 약 3개월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많았던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1차 83.8%(181개사), 2차 93.2%(661개사), 3차 93.3%(1234개사) 등으로 불어나는 식이다. 9월까지 산업부의 바우처를 받은 중소기업은 전체 2248개사 중 92.3%에 달하는 2076개사에 이른다. 업종별로 보면 소비재 기업이 1139개사(50.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1044개사로 그 비중이 46.4%에 달했다. 재생에너지·그린 모빌리티 등 그린 분야 기업의 비중은 2.9%(65개사)에 그쳤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최대 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9~18일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이달 1일 발표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관련 중소기업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금리 인하와 같은 관세 대응 정책자금 공급 활성화(68.5%·복수응답)’를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 꼽았다. 국산 부품 발주사 세제 지원과 같은 납품 활성화 방안 마련(51.7%), 공급망 안정화 등 생산 원가 감축 지원(43.3%) 등도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꼽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9월부터 또 새롭게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 파생상품 확대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