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의 기로에 선 전북의 운명은

2025-03-18

도민 주인의식 여부 지역발전 좌우

지역 현안 문제에 도민 관심 가져야

기로에 선 전북 변화없을땐 자멸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이다. 지난 7일부터 공개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제목이다. 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3대에 걸쳐 어려운 현실을 이기고자 몸부림을 치면서 조금씩 생활이 우상향 곡선을 긋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들이 선택한 결정 하나하나가 훗날 삶의 궤적을 엄청나게 바꾸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의 과정에서 처한 하나의 기로(岐路)일지도 모른다. 갈 방향이 서로 다르게 나누어지는 지점을 우리는 기로라고 한다.

1543년 사소한듯해도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일거에 바꾼 중대한 기로가 있었다. 조선에서는 최초 서원인 백운동 서원이 세워졌다. 같은해 일본은 포르투갈 상인이 전해준 조총 한자루를 받게된다. 일본은 머지않아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이루고 결국 그 여세를 몰아 조선을 침략한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게 바로 기로다. 지금 지구촌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는 한반도에 있다. 6.25 전쟁직후 체결된 휴전협상 결과 미국과 소련이 밀당을 한 결과 그어진 선이다. 38선은 그때 처음 거론된게 아니다. 1904년 러일전쟁 직전 러시아와 일본은 북위 39도 선을 경계로 조선땅을 토막내 갈라 먹으려는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러일전쟁으로 치달은 바 있다. 그에앞서 임진왜란때 명나라의 심유경이 중재한 일본과의 휴전 협상에서도 명과 일본은 조선을 반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끝내 결렬된 바 있다. 힘이 없을때 야수처럼 달려드는 제3의 세력에 의해 운명이 결정됨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역이나 지방정부 역시 기로에 서게되는데 그 결정에 따라 운명은 크게 갈리게 된다. 오늘날 전북은 성패가 아닌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구태여 인구나 면적, 경제력 추이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기회가 있을때마다 잘못된 결정을 한 업보다. 숱한 오판은 비단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책임자 몇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정치적, 행정적, 사회적 책임자뿐 아니라 전북의 운명이 기로에 설 때마다 무능과 나태가 판치도록 수수방관한 민초들의 잘못 또한 결코 적지 않다. 특정 정파에 매몰된 싹쓸이 투표행태는 관행이 됐다. 그 결과 대다수 도민은 신음하는 와중에 몇몇 정치인만 꿀단지를 빨고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요즘 전북이 읍소하다시피하는 공항이나 철도 문제를 보자.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전주도심 철도 반대를 외친 대가는 결국 오늘날 전북이 철도 오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KTX 역사 위치를 결정할 때 책임있는 당사자가 일부 지역의 표에 굴복한 것이 결국 전주권이 KTX 오지로 남는 결과가 됐다. 김제공항에 대한 찬반논란,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논란, 부안 방폐장 건립에 대한 찬반논란을 거듭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오늘날 전북이 낙후를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도 새만금특별시 설치 문제나 전주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 찬반논란만 거듭하고 있을뿐 제대로 된 결론은 없다. 전북은 지금 중대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즐겁게 살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모든 걸 바꿔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도민들의 의식전환에서 시작된다. 도민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간절하게 원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설때 전북은 진정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그 시작은 나 자신의 의식부터 확 바뀌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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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 존폐의 기로에 선 전북

위병기 bkwee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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