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지친 은행자금, 증권사로 머니무브"

2025-02-18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고수익 추구 개인 수요 늘어

지난해 신규자금 14조 유입

손익차등형·하이일드 펀드

개인투자자 선택지 더 늘려

종합투자계좌 사업 진출로

기업금융서 역할 더 커질것

증권사 부동산파이낸싱(PF) 1세대 전문가인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재작년 11월 대표이사로 내정될 때 업계에서는 IB(투자은행)부문 강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작년 증권사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변화는 개인고객 자산 규모 증가였다. 재작년 말 53조4000억원이던 개인고객 자산은 작년 말 67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10조원가량이 은행권에서 이동했다.

1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김성환 사장은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 저성장 시대를 버텨왔던 일본처럼 해외투자에서 이자·배당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로 외화를 버는 제2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만들기 어렵다면 금융투자로 외화를 벌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의 5000조원이 넘는 가계금융 자산 중 70%가 아직 예·적금과 보험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이를 글로벌 우량 자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의 목표는 2030년까지 개인고객 자산의 30%를 글로벌 자산으로 배치하고 회사 수익의 30%를 글로벌에서 버는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은행에서 유입된 자금이란 성격에 유의하며 고객들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증권사 역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에 주목해 작년부터 예·적금과 유사한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저금리 이상의 수익을 제공하는 인컴형 상품을 출시했다. 유입된 자산의 50%는 채권과 발행어음에 투자됐고, 글로벌 자산 비중도 늘리고 있다. 김 사장은 "과거엔 해외 유수의 IB들이 한국 증권사들에 무관심했는데 우리 회사에는 한 달에 1조3000억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대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발행어음이나 채권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다 담을 수 없어 글로벌 회사들이 내놓은 것 중 가장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가져오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칼라일과 제휴를 통해 2023년 9월부터 'CLO펀드'를 내놓았는데 출시된 지 1년 반이 지난 1호 펀드는 누적 수익률이 두 자릿수 중반대다. 이외에도 사모대출 등을 내놓았는데 올해는 공모펀드 출시로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가입자 손실 15%까지는 책임져주는 손익차등형 펀드와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펀드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는 400조원 규모 퇴직연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현물이전제도 영향으로 작년 증권사의 확정기여형(DC) 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각각 30.6%, 43.6% 큰 폭으로 성장했다. 김 사장은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은행에서 이동했다"며 "퇴직연금 조직을 강화해 연금상품의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증권사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개인 고객들에게 '원금 보장+실적 배당' 상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역시 원금 보장을 중시하는 은행 자금의 머니무브를 가속화하고 금융투자 자산관리시장을 성장시키는 요소다.

김 사장은 "IMA 제도가 도입된다면 기업금융 활성화, 모험자본공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엔 그동안 체격이 작았던 한국 증권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체급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증권사 간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김 사장은 수수료 경쟁보다는 퀄리티 경쟁으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마진 경쟁은 오래 갈 수 없다"면서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스티펄파이낸셜이 낸 현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투자자 수익률을 올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국내 증권업계에 만연한 기존 사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금까지 해외 금융사와 네트워크· 파트너십을 쌓는 글로벌 1단계를 거쳤는데 이제 글로벌 메이저사와 함께 실제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올라가는 글로벌 2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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