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호텔업계가 내외국인 관광 수요 회복과 객실 단가 상승 등 긍정적 여건 속에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주요 5개 특급호텔기업의 성과는 각 사의 전략과 사업 구조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프리미엄 수요 대응에 성공한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반면, 구조조정과 리모델링에 나선 기업은 실적 공백을 피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2024년 연결 기준 전체 매출 5조691억원 가운데, 면세사업(3조2679억원)과 테마파크(월드사업, 3820억원)를 제외하고 호텔사업은 총 1조4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객실 수입은 80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고급 호텔에 대한 수요 회복과 객실단가(ADR) 상승, 내외국인 관광 수요 확대가 외형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호텔신라는 호텔&레저 부문에서 매출 71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객실 매출만 보면 2782억원으로 6.0% 늘었다. 이는 신라스테이 등 중저가 브랜드의 견조한 수요와 레저 부문 회복이 견인했다. 다만 서울·제주 본관의 리뉴얼과 서비스 인프라 개선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매출 6550억원, 영업이익 4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7.8%, 3% 증가했다. 만성 적자 속 정용진 회장의 고급 호텔 브랜드 확장과 프리미엄 수요 대응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웨스틴 조선 서울·부산, 조선 팰리스 강남 등 프리미엄급 호텔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된 포트폴리오는 외국인 관광객과 고급 비즈니스 수요가 회복된 상황에서 높은 투숙률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4년 리조트 부문에서 573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약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5개 주요 호텔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전년도 219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적자 전환된 것으로, 영업이익 기준 230억원 넘는 실적 하락이다.
실적 부진은 사업장 구조조정과 철수의 영향이 컸다. 회사는 지난 2023년 10월 31일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지난해 6월 30일 63스퀘어의 운영을 종료했다. 해당 조치는 중복투자 억제 및 사업 효율성 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으나,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르나스호텔은 2024년 연결 기준 454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호텔 운영 관련 수익은 361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객실 매출은 1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줄었다. 주력 호텔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리모델링으로 인한 영업 공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나인트리 계열과 제주 리조트 등 기타 사업장의 확대는 향후 실적 회복의 발판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호텔업계는 전반적으로 내수 회복과 외국인 관광 수요 확대로 탄력을 받았지만, 기업별로 프리미엄 포트폴리오 확보 여부와 투자 타이밍에 따라 성과가 엇갈렸다는 평가다.
호텔롯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호텔신라는 안정적인 브랜드 다변화를 통해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파르나스호텔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공백기와 구조조정기의 실적 리스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향후 실적 회복을 위해선 브랜드 재정비와 고정비 부담 완화, 외형 성장 전략 재정비가 필수 과제로 언급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 코리아는 "서울 호텔 시장은 평균 객실 요금(ADR)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프리미엄 객실군이 높은 투숙률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주도했다"며 "비즈니스·레저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브랜드 경쟁력과 리노베이션 타이밍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