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로봇’ 도입 더자인병원
의사·로봇 협력해 정교한 수술 진행
뼈 절삭 오차 없게 안전장치 마련
수술 후 회복 짧고 일상 복귀 빨라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통증이 심해 괴로운 질환이다. 뼈와 뼈 사이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으면서 발생한다. 연골이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면 뼈끼리 부딪치고, 시간이 지나면서 뼈 끝부분이 가시처럼 뾰족하게 자란다. 이는 관절 주변 조직을 손상시켜 염증을 유발한다. 그러면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느껴 계단 오르내리기나 앉았다 일어서기, 양반다리 자세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를 방치하면 활동하지 않는 야간에도 통증이 심해져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어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다른 치료로도 관절염이 낫지 않거나 나을 가능성이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치료 수단이다. 손상된 관절 뼈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넣음으로써 통증을 줄이고 보행을 돕는다.
지역 최초로 도입해 의료 선택권 넓혀
요즘 이 분야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 수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공관절 수술 로봇은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마코 로봇)다. 전 세계적으로 2000대 이상 보급돼 관절 치료에 널리 쓰인다. 최근엔 경기도 고양시 소재 더자인병원이 마코 로봇을 새로 들였다. 지역 내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지역민에게 좀 더 폭넓은 의료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더자인병원은 25년간 지역 거점 병원 역할을 한 곳이다. 지난해 5월에는 11개 전문센터, 15개 진료과, 277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더자인병원 관절센터의 경우 상처와 통증 최소화를 목표로 환자를 돌본다. 인공관절 수술을 월 20건가량 꾸준히 소화하면서 임상 경험과 수술 노하우를 쌓았다. 더자인병원 김병헌(정형외과 전문의) 병원장은 “마코 로봇은 주요 대학병원에서 활용하는 검증된 시스템”이라며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마다 관절의 손상 범위와 정도, 변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정밀하게 진단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마코 로봇을 활용하면 환자 맞춤형 수술을 진행하는 데 유리하다. 우선 환자 무릎에 대한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뼈의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 크기, 삽입 위치 등을 정해 수술 계획을 세운다. 수술실에선 환자 다리에 센서를 붙여 로봇 시스템과 연동시킨다. 이후 다리 축과 인대의 균형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의료진의 판단을 더해 수술 계획을 확정한다.
보통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땐 다리 축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절삭 가이드를 활용한다. 허벅지 뼈에 구멍을 내 삽입하는 기구로, 뼈를 깎는 과정에서 이동시켜가면서 사용한다. 수술 중 다리 정렬을 바르게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출혈이 불가피했다. 김 병원장은 “절삭 가이드가 골수를 통과할 때 조직에 손상을 입혀 출혈이 많이 발생한다”며 “마코 로봇 시스템을 적용하면 환자 무릎에 단 센서를 통해 다리 축과 관절 균형 상태를 확인하므로 뼈에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어 출혈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도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이뤄진다. 수술 계획에 따라 뼈의 절삭 범위를 알려주는 가상의 가이드라인인 ‘햅틱 존’ 덕분이다. 수술 중 햅틱 존을 벗어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춰 조직의 손상 범위를 줄이고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깎을 수 있다. 국제학술지 ‘무릎 수술’(2019)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마코 로봇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허벅지 뼈와 종아리뼈의 수술 전 절삭 계획과 실제 절삭 결과를 비교했더니, 94.29%가 계획한 범위 0.5㎜ 이내에서 이뤄졌다. 김 병원장은 “관절 주변의 신경과 혈관, 인대가 손상될 위험성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뼈·근육·인대 손상 줄이는 데 중점
수술의 정확도가 향상되면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무릎 주변 조직을 크게 자극하지 않아 수술 후 부기와 통증이 덜해 재활을 좀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다. 실제 수술 후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로봇 수술은 20시간으로 일반 수술(31시간) 대비 11시간 빨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영국정형외과학회지, 2018).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까지 걸린 시간 역시 로봇 수술 77시간, 일반 수술 105시간으로 차이가 났다.
관절 기능도 원활하게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모(69)씨는 평소 왼쪽 무릎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퇴행하면서 인대마저 파열됐다. 검사 결과 관절염 3기로 진단됐다. 다행히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부터 통증이 많이 줄어 수술 전보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김 병원장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출혈 최소화와 통증 감소, 빠른 회복을 도와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며 “환자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 인공관절 분야에서 로봇 수술 비율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헌 병원장이 짚어준 인공관절 수술 체크포인트
막연한 두려움에 수술 미루면 손해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고민하는 환자가 많다. 주변의 수술 후기와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무작정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 대신 수시로 주사나 물리 치료를 받으면서 최대한 버티려고 한다. 수술 시기는 나이와 관절염의 심한 정도, 증상 정도를 두루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증상이다. 다른 치료를 받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게 좋다. 늦어질 경우 염증이 악화하거나 다른 전신 질환 문제로 수술을 시도조차 못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전 무릎 주사 시술 피해야
퇴행성 관절염을 오래 앓은 환자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뼈 주사나 통증 주사, 연골 주사, 한방 침 등을 맞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수술 2~3개월 전부턴 주사 시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 자칫 피부를 통한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어서다. 감염은 인공관절 수술의 대표적인 실패 요인이다.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면 수술과 재활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어진다. 반면에 수술 전 근력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 근육이 마르고 위축되지 않아야 수술 후 회복하는 데 유리하다.
수술 후 꾸준한 재활로 기능 향상
움직이기 불편하다고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재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보통 수술 후 3일이 지나면 보행기(워커)를 활용해 일어설 수 있다. 그때부턴 조금씩 걷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체중을 분산하면서 균형을 잡고 선 뒤 보행기를 먼저 이동시킨 다음 다리를 움직인다. 서두르지 말고 가능한 한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근력과 지구력을 서서히 향상해 나간다. 로봇 워커 같은 전문 재활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면 기능을 회복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이다. 다만 쪼그려 앉는 자세나 방바닥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