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름 카메라 시대 때 필름 시장을 주름잡았던 미국 기업 이스트먼 코닥이 또다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코닥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막대한 부채로 회사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이 쌓이면서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4억 7000만 달러(약 6500억 원)로 늘었는데 이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손을 든 것이다.
150여 년 역사의 코닥이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필름과 아날로그 카메라 제조사로 명성을 떨친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2012년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했던 필름 사업부를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나선 코닥은 이듬해 상업용 인쇄 전문 회사로 새출발하며 파산 보호에서 졸업했다. 2020년대 들어선 복제약 생산을 허가받아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고 의류 및 완구 업체들과 상표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지만 활로를 못 찾고 이번에 또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확산하면서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도 곧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발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글로벌 26개 상장사를 선정하면서 어도비를 콕 집어 언급했다. 어도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디지털 영상 콘텐츠 수요가 늘며 급성장했지만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나 ‘달리’ ‘나노 바나나’가 등장하면서 위협을 받고 있다. 어도비는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지만 미래 전망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가는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AI 시대의 어도비도 필름 카메라 시대의 코닥 같은 몰락을 면하기 어렵다. 자신이 가장 잘했던 것마저 과감하게 포기하며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 최고 기업의 영광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