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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원칙'을 지키되 금융권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감독 기조를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원장은 일부 금융회사를 '척결의 대상'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CEO 추천 절차, 여신 프로세스 등을 스스로 돌아보고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금융감독원 서울 본원 2층에서 열린 '2025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들의 외형 팽창과 자산증식 과정에서 질적 성장을 함께 해왔는지 반성하고 고민할 지점이 많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외환보유액이 과거 외환위기를 거쳐 500~600조원까지 늘어나는 동안 금융회사의 조직운영과 리스크 관리 등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금융회사의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건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실효적인 통제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최근 정기검사 대상이었던 KB·우리·NH농협금융 등 일부 금융회사들을 척결의 대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와 운영의 근본적인 리스크 관리, 자본비율 상승 등에 대해 엄정된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해서 척결해야 될 대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금융회사들을 백안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 원장은 감독 기조를 설명하면서 '원칙'과 '소통'을 수 차례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등은 아주 원활한 소통이 없이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며 "해당 금융회사와 소통하며 원칙을 견지하는 것과 법과 절차에 따른 현실적인 결론을 내는 것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고 본다"며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본인가 건은 경쟁 환경 조성 등을 고려해 당국에서 발목을 잡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경평 "꼬리가 몸통 흔들면 안 돼"···충분한 소통 강조
우리금융에 대한 보험사 M&A 관련 경영실태평가에 대해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되기 때문에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염두에 두고 평가결과를 조정할 수는 없다"며 "(원칙인) 2개월간의 심사기간 동안 충분한 소통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분석한 뒤 진정한 의미의 원칙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문제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 모범 규준이 마련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연임 절차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아졌다"며 "하나금융의 회장 연임 기준은 기술적으로 봤을 때 롱리스트가 작성되기 전에 바뀌었기 때문에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보이려면 규준 개정 전에 연임 절차와 관련된 허들을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하나금융의 CEO 연임기간이 2년이 맞는지 3년이 맞는지 평가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고, 다만 모범 규준이 특정인의 선임을 위한 모양으로 안 바뀌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또 "절차를 지켰다는 의미에서는 나름 맞는 것 같지만 실효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라며 "결국 주주총회에서 판단받아야 할 문제이고, 앞으로 임기동안 (공정한)승계구도 구축과 경쟁력 확보방안, 미래지향적인 거버넌스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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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금융권과 릴레이 소통···"CEO 간곡히 설득할 것"
잇단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당국의 지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여신까지 주요 검사대상으로 삼으면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제약할 수 있어 지난 10여년간 여신취급을 정기검사에서 검토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볼 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금융권과 소통하면서 어떤 게 이제 바람직한지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무구조도는 도입한 지 1년도 안 됐기 때문에 당국이 깊은 문제의식 하에 영국이나 다른 나라 제도를 연구해서 언급한다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강제적인 형태의 규제 강화만으로는 과거의 행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고, 임원들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원장은 "은행은 지난 6~7년간 이어온 주담대, 외환 경쟁을 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렇게 얘기하면 이제 마음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간 내부통제 개선, 지배구조 개선, 디지털 혁신 등 다양한 노력들이 지향하는 바가 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올해 도입될 3단계 스트레스 DSR에 대해서도 '원칙'을 지키겠다고 못 박았다. 이 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지만)3단계 DSR을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정책적 방향에 대해 개인적인 이견이 없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시장과 소통을 해야 하고, 최소한 5~6월 전에는 어느 정도 정책의 방향성이 잡힐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약 25년간 공직생활을 이어왔지만 현재로선 임기 만료 이후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금융권 CEO들이 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간곡히 설득하는 게 저의 마지막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