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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된 부당 대출의 책임을 물어 곽훈석 부행장(외환그룹장)을 8일 경질했다. 금감원 검사 발표 사흘 만이다. 지난해 말 공식 인사 뒤에 이뤄지는 조치여서 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9일 “지주 차원에서는 금감원 검사 결과에 적극 협조하고 후속 조치를 할 게 있으면 하라는 입장”이라며 “준법감시인 쪽에서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조직 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룡(사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금융그룹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임 회장은 내부적으로 경직적인 조직 문화를 타파하고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당 대출 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동요와 이탈이 적지 않다”며 “금융의 가장 기본이 신뢰이며 신뢰가 무너지면 은행업은 무너진다. 이 때문에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 발표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향후 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혁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주 회장의 자회사 임원 사전 협의제를 없앤 데 이어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업점 자체 감사 본사로 전환 △지점장급 내부통제 전문역 신설 △외감법인 경징계 귀책 금액 강화 △이사회 보고 체계 강화 △금고 관리에 지점장 참여 등이다.
금융계에서는 지금의 우리금융 문제는 오랫동안 주인 없이 국유화된 상태에 놓여 있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공적 자금을 수혈받아 탄생했다. 당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한 한빛은행이 우리은행의 전신이다. 이후 우리금융이 지난해 예금보험공사 보유분(1.2%)을 사들여 정부 지분이 다 빠져나가는 데 무려 26년이 걸렸다. 정부와 정치권의 직간접적인 입김에 휘둘리면서 내부 정치화가 심해졌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013년 “우리금융은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며 “(우리금융은) 청탁 순서대로 일이 해결된다. 제일 걱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금융의 봐주기 대출과 인사 문제는 여전하다. 현 경영진의 책임만을 묻기에는 고질적 병폐의 뿌리가 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시장에서는 임 회장의 쇄신 작업이 향후 2~3년 꾸준히 진행될 경우 성과를 본격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직원 구조 변화와 맞물려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한일과 상업의 계파와 무관한 통합 공채 기수들이 2002년부터 입행했다. 이들은 현재 은행 지점장·부지점장급에 포진하고 있으며 본부 부장 가운데 약 20~30%를 차지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등으로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한빛은행 이전인 한일과 상업 출신이 8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라인과 출신 구분이 없는 직원들이 2~3년 내 은행의 주축이 되면서 출신을 따지는 경직적 조직 문화가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