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너진 자원외교…10년간 신규사업 '한 자릿수’

2025-10-09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리튬·희토류 등 핵심 광물 자원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규 해외 자원 개발은 9년째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정부가 주도하는 핵심 광물 개발 사업은 사실상 중단돼 자원 안보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산업통상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추진된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 수는 총 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건)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지만 10년 전인 2014년(16건)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연간 신규 사업 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이 9년째 지지부진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본격화된 자원외교가 실패로 끝나면서 자원 개발이라는 용어 자체가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규 해외 자원 개발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71건, 2009년 59건 등 2008~2012년 5년간 총 236건에 달했다. 하지만 자원 안보 강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국제 자원 가격 하락, 고가 인수 논란 등이 맞물리면서 다수 사업들은 실패로 끝났다. 투자 손실액이 조 단위에 이르렀던 한국광물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의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투자 역시 이 당시 추진됐던 사업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광해공단의 직접투자 업무 금지, 해외 자산 전량 처분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 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핵심 광물 자원 안보 기능도 약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규로 추진된 사업 7건 중 4건은 리튬·니켈 등 정부가 지정한 10대 전략 핵심 광물 관련 사업이었지만 이는 모두 민간에서 진행한 것으로 공기업의 투자는 전무했다. 광해공단이 진행 중인 사업 14건 중 10대 광물과 관련된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희토류·니켈 생산 각 1건, 희토류 탐사 1건 등 3건에 불과했다.

그 사이 핵심 광물 중국 의존도는 심화되는 추세다. 광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희소금속 31종 중 절반 이상인 16종은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튬은 전체 수입액의 65%가 중국산이었다. 반도체의 필수 원료인 니오븀, 규소 등도 각각 78%, 63%가 중국에서 수입됐으며 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98%에 달했다. 제약 원료인 비스무트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100%였다.

이에 미국은 정부 주도로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캐나다 업체인 리튬아메리카스 지분 5%와 ‘태커 패스’ 광산 프로젝트 지분 5%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그 광산을 건설하는 것이 미국의 최선의 이익”이라며 “몇 년 안에 수입 리튬의 막대한 양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성명에 따르면 이 시설이 1단계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약 4만 톤의 배터리 등급 탄산리튬을 생산해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최대 80만 대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미 국방부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운영하는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약 5700억 원)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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