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 관세전쟁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건설업 경기 둔화와 정보통신(IT) 산업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고용지표가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수준까지 악화됐다.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43만5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만4000명(1.0%) 증가했다.
3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22년 55만7000명에 이어 2023년 37만1000명, 2024년 27만2000명을 기록했다. 특히 올 3월 증가 폭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카드대란'의 영향을 받았던 2004년과 1999년 IMF 위기 수준을 갱신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17만4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1만5000명(0.8%) 증가했다. 올해 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38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만3000명(1.0%)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가입자 수가 75만4000명으로, 20개월 연속 감소했다. IT산업 가입자 수도 77만9000명으로 1만3000명(-1.7%) 감소하며,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자는 69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했다. 지급액은 1조510억원으로 8.4% 급증해 집계(1997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대외여건도 악화일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2월 전산업생산은 1.2% 증가했으나 이는 주로 조업일수가 1.5일 증가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건설업(-21.0%)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생산 둔화 흐름은 지속됐다. 3월 수출은 전월보다 높은 3.1% 증가율을 기록하며 1~2월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으나 ICT 수출 증가 폭 축소로 둔화세 흐름은 지속된 것으로 평가했다.
KDI는 특히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세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심리가 위축됐다”며 “4월 들어 미국의 관세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