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마두로와 손잡은 트럼프···불법 체류자 본국 송환·미 구금자 석방 맞교환

2025-02-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출신의 불법 체류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수용된 모든 베네수엘라 국적 불법 체류자들을 데려가기로 합의했다”며 “베네수엘라는 (자국 불법 이민자를 태울) 운송수단을 제공하기로 추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본국으로 송환되는 불법 체류자 중에는 ‘트렌 데 아라과’ 갱 단원도 포함됐다. 트렌 데 아라과는 베네수엘라를 기반으로 한 범죄단체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 단체를 ‘해외 테러 조직’(FTO)이자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했다.

불법 체류자 본국 송환은 베네수엘라에 수 달간 갇힌 미국인 6명을 석방하는 조치와 함께 이뤄졌다. 취임 후 첫 임무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찾아 마두로 대통령을 만난 리처드 그레넬 미 북한·베네수엘라 특별임무대사는 전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미국인 억류자의 귀환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이 미국행 항공편에 탑승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석방자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마두로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테러 모의 혐의로 현지에 있는 미국인을 줄줄이 체포했다.

양국의 ‘맞교환’ 거래는 미국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후 정확한 선거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3선 승리 선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그레넬의 (베네수엘라) 방문이 마두로 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의에 “그건 아니며, 나는 베네수엘라와 마두로에 대해 매우 반대해 왔다”면서도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뭔가 하고 싶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베네수엘라 정책 방향을 바꾼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동안 꾸준히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에 제재를 가했고, 2019년 마두로 대통령이 ‘불공정 선거’로 재임했다는 논란이 일자 후안 과이도 당시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했다. 그 사이 중국은 경제 이니셔티브 ‘일대일로’를 중남미국으로 확장하면서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이들 국가에서 입지를 다졌다.

석유 업계의 로비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너지 재벌이자 공화당 큰손 기부자인 해리 사전트 3세와 같은 석유 업계 사업가들이 지난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를 줄이고, 값싼 석유를 들여올 수 있는 새 거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지난해 11월 보도했다.

다만 국무부 모리시오 클래버-커론 중남미 특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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