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관리위원회가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투표기계에서 후보를 선택하면 중앙전산망에 결과가 바로 전송되는 구조였다. 대신 투표용지가 기계에서 인쇄되기 때문에 전자투표 결과의 검증도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대통령선거 직후 갑자기 당선자를 발표했다. 실시간 집계 중개나 전체 투표 수 공개 같은 건 없었다. 서방에선 전자투표를 이용한 부정선거라고 일제히 비난했지만 아랑곳 없었다.
이는 남미의 독재국가 베네수엘라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런 '부정선거' 논란 속에 지난달 10일(현지시간) 6년 임기의 3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2013년 정권을 잡은 마두로는 2031년까지 18년간 집권하게 됐다. 미국은 마두로가 부정선거로 취임했다고 보고, 마약 유통 등의 혐의로 걸려있던 그의 현상금을 취임식날에 맞춰 2500만 달러(약 362억원)로 올렸다.
마두로의 경쟁자였던 야당의 에드문도 곤살레스는 지난해 7월 대선 직후 '승리'를 선언했으나 군과 검찰, 선관위, 법원 등을 장악한 마두로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검찰은 오히려 곤살레스를 내란 음모 혐의로 수사를 개시했다. 경찰은 1800명에 육박하는 야권 인사와 야권 지지자들을 대거 체포해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 후보 곤살레스는 스페인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곤살레스의 사위는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가다가,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납치돼 행방불명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곤살레스를 현상수배하고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마두로는 되레 야당의 부정선거 시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개표 과정에서 있었던 선관위 해킹의 배후”라는 주장도 했다.
마두로는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헌법에 따라 국민 주권을 수호하는 임무를 계속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성숙한 국민들과 함께 평화로운 6년을 만들 것을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포푤리즘 통치로 2022년엔 65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등 베네수엘라 경제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회생 가능성이 극히 낮다. 유엔에선 30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 중 700만 명 이상이 2013년 마두로 집권 이후 해외로 탈주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