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세상을 보는 창(窓)은 유튜브였다. 지난해 12·3 계엄 발동 전, 그는 정부 고위 관계자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경력이나 연륜 등 정무에 탁월하다는 이였다.
“대통령님, 지지율이 20%대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40%는 돼야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아니, 아시잖아요. 나는 여론 신경 안 씁니다.”
“여론 신경 안 쓴다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겁니다.”
“제가 느끼는 건 달라요. 여론조사 말고도 시중 여론을 살피는 법이 있으니까 잔말 말아요.”

이 관계자는 “나중에 보니 주로 젊은 보수 유튜브를 본다는 얘기였다. 이른바 보수 매체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지니 아예 귀를 닫고 그쪽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유튜브에 중독돼있다는 증언은 많다. 1월 15일 체포되기 직전,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다.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권했다. 앞서 신년 초엔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 정말 고맙고 안타깝다”는 메시지도 냈다.
#검사 윤석열은 “유튜브 그만 보라”고 했다.
주변에 따르면 그는 박학다식한 편이다. 사법시험을 9수한 것도 세상사에 관심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그만큼 언론도 열독했다. 유튜브는 경계 대상이었다. 대선 전부터 그와 가까이 지냈던 A는 이런 일화를 전했다.
“2019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해 검찰총장이 된 윤 전 대통령은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임명 한 달 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살아있는 권력과 정면충돌도 불사했어요.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당장 붙었고요. 그와 가깝던 한 언론인이 보다 못해 그해 11월 보수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해 ‘법무부가 검찰총장을 해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당시 윤 총장은 ‘유튜브 좀 그만 보고, 출연도 그만 하세요’라고 세게 경고했습니다.”
검사 윤석열은 주요 일간지에 실린 글들을 꼼꼼히 읽었다. 그의 ‘대광초 50년 지기’이자 초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낸 고려대 교수 김성한은 “내가 쓴 칼럼을 읽은 뒤 궁금한 게 있으면 항상 연락 와서 물어봤다. 검찰총장 시절 마음고생이 심할 때도 칼럼이 나가면 항상 ‘잘 봤다’고 연락을 줄 만큼 꼼꼼히 챙겼다”고 전했다.

#유튜버 팬덤이 생기자 급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