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백수의 삶과 예술의 힘

2025-04-23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예술의 사랑도 곁들어야 한다(Where there is the love of Man, there is also love of the Art).”

의학의 천재 히포크라테스가 읊은 인생 철학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짧은 인생을 사랑하려면 긴 예술도 함께 사랑하라고 말한다.

한국사람들은 짧은 인생을 어지간히 오래 살았다고 환갑 잔치를 벌이곤 했다. 그런데 이젠 옛이야기가 됐다. 이제 우리는 이른바 백수(白壽·99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해도 백수를 넘게 삶을 살기는 무척 어렵다. 성경의 시편 기자도 “인생은 기껏해야 70년, 근력이 있으면 80년, 게다가 거의가 슬픔과 괴로움 뿐, 덧없이 날아가고 맙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인이나 철인들이 덧없는 인생에 대해서 노래했고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람찬 삶의 길을 터득하려고 여러모로 힘쓰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생명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마감이 오기 전에 누구나 나름대로 어떤 예술품을 남겨 놓는 것이 슬기로운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리에게 닥쳐 온 좋은 기회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고, 또한 어떤 일을 할 때도 좋고 나쁜 것을 쉽사리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난날의 일도 잘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뚜렷하게 남겨놓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을 하나의 예술로 보았다. 예술은 아름답고 착하고 그리고 참된 것이다. 비록 음악이나 미술이나 조각 같은 정말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해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통해서 얼마든지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마켓의 냉장고를 열면 그 속엔 쇠고기 덩어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것을 보면 그냥 쇠고기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푸줏간의 쇠고기’란 그림을 본다면 그땐 달라진다. 그 그림은 쇠고기 덩어리가 아니고 하나의 미술 작품인 것이다.

푸줏간에서 쇠고기 덩어리를 손으로 만지는 사람이 비록 오랜 삶을 살지 못한다 해도 이것을 그린다면 백수를 뛰어 넘는 삶을 산 것과 다름없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열두 번을 승전했지만 워털루 전투에서 처음으로 패전한 나폴레옹이 밀라노 전투를 하루 앞둔 날 어느 귀부인의 만찬 초대에서 한 말이 매우 흥미롭다.

“오늘은 아직 젊지만 내일은 천 살이 될 겁니다(Aujourd‘hui je suis encore jeune, mais demain j’aurai mille-ans).”

“밀란을 점령한다”와 발음이 같은 “천 살이 된다”라고 예술 감각이 뛰어난 말로 익살스럽게 한 말이다. 열두 번을 승전하고 단 한 번 패전한 나폴레옹은 겨우 쉰 두 살에 황제란 예술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사는 사람(死而不亡者壽)’이라는 노자의 격언이 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엔 따져서 안 되는 것이 셋 있는데 그 하나가 ‘잡아도 안 붙잡히는 것(搏之不得)’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노자의 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은 잡을 수 없어요.”

나폴레옹은 50대에 황제란 예술을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 60대에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허술한 계엄선포로 말미암아 대통령직을 잃었으니 대통령이란 예술을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예술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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