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한국현대미술의 중추적 작가인 강서경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가 4월 27일 별세했다. 향년 48세.

강서경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며 한국현대미술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온 작가다. 고인은 우리의 전통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시공간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을 일관되게 선보여왔다.
20여 년간 활동하며 작가는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자리, 나와 더불어 사는 타인들의 존재, 그들의 움직임이 인지되고 관계 맺는 '진정한 경치(眞景)'를 늘 고민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신체 및 개인사에서 추출한 서사적 요소와 함께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직조했다.
작가의 유족은 "고인은 어지럽고 혼탁한 현 세상에서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할 '아시아적 가치'를 맑은 영혼으로 지켜내고 이를 예술로 승화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특히 작가가 자신의 할머니를 추억하며 제작한 대표작 '그랜드마더 타워'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전통과 공동체의 가치를 섬세하게 담아낸 강서경의 예술세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경의 대표작으로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참조해 사각과 격자 형태를 띤 '정井',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지칭하는 단어인 '모라(Mora)'의 개념에서 착안, 이에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올리는 회화 작품의 단위로 치환한 '모라'가 있다.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가 되는 화문석에서 착안된 '자리' 등의 연작도 손꼽힌다.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고인은 최근 몇 년가은 '산', '귀', '아워스', '기둥' 등 변주된 형식의 다양한 조각설치도 시도했다.

고인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회화과 석사과정을 마쳤고,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모교 교수로 재직, 활동하며 많은 예술계 인재들을 배출하는 데 헌신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Suki Seokyeong Kang: Mountain—Hour—Face'(덴버 현대미술관, 2025), '마치'(국제갤러리, 서울, 2024),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리움미술관, 서울, 2023), '사각 생각 삼각'(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Suki Seokyeong Kang'(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2019), 'Black Mat Oriole'(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 2018) 등이 있다.
작가는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2019)의 본전시에 참여했고, 제12회 상하이 비엔날레(2018), 제10회 리버풀 비엔날레(2018), 제11회 및 제12회 광주비엔날레(2016, 2018) 등 주요 비엔날레에도 활발히 참가했다. 작가는 2018년 아트 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과 2013년 제13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발인은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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