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유지용 ‘가짜회원’ 돈 대납하다가···빚더미 앉은 학습지교사

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가 대리점의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가짜회원’ 유지비를 사비로 감당하다가 거액의 카드빚을 얻고 월급(수수료)까지 공제당했다. 이 교사는 월급 차감으로 14개월 동안 총 1만3380원밖에 받지 못했다.

재능교육 교사 임현주씨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습지산업노조와 기자회견을 열고 “잠도 자지 못하고 빚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가짜회원 회비 대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회사로 인해 돈뿐만 아니라 가족들과의 관계와 제 마음까지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16년째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있는 임씨는 대리점 ‘가짜회원’ 유치 꼼수 영업의 피해자다. 학습지 대리점들은 본사가 내린 영업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학습지 수업을 그만둔 회원(가짜회원)들의 등록을 유지하는 변칙영업을 하곤 한다. 대리점은 회원의 회비(수업료)를 본사에 올리고 그 중 일부를 교사들의 월급으로 주기 때문에, 가짜회원을 유지하려면 서류상 이름만으로는 부족하고 회비를 확보해야 한다. 대리점이 가짜회원의 회비를 교사에게 대납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임씨가 그 사례다.

임씨는 2019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카드 ‘돌려막기’로 1억9700여만원의 가짜회원 회비를 대납했다고 했다. 임씨가 대납한 가짜회원의 회비는 300여과목 수업료에 해당했다. 임씨가 해당 기간 받은 월급을 빼면 약 1억원이 빚으로 남았다고 한다.

카드가 정지되고 더 이상 대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임씨는 대리점에 가짜회원들을 퇴회 처리해달라고 했다. 대리점은 즉시 이들을 퇴회시키는 대신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5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퇴회시켰다. 대리점은 한번에 빠지지 않은 가짜회원들의 회비를 임씨의 월급에서 임의로 공제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임씨는 2024년 3월까지 14개월 동안 급여를 총 1만3380원밖에 받지 못했다.

임씨는 “살아야 했기 때문에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텨 왔다”며 “회사는 (피해를 회복해달라는) 제 요구가 ‘황당한 주장’ 이고 회사의 책임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노조는 대리점의 변칙 영업을 제지해야 할 본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매월 마감 때마다 교사들은 유령회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고참 교사들의 가장 큰 퇴사 이유는 유령회원”이라며 “교사들도 관리자들도 다 알고 있는데 정작 본사는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했다.

여민희 노조 사무처장은 “회사는 이 사태에 대해 임씨에게 즉시 사과하고 피해를 복구시켜야 할 것”이라며 “단체협약과 위탁계약서에 나와 있는 대로 교사가 동의하지 않은, 교사의 책임이 없는 월회비 공제에 대한 선생님들의 피해를 복구하고 월회비공제 제도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