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매달려 있는 것이 엄마라는 것을 보고 저항을 멈췄다. 깊은 물에 빠질 거라 생각하며 입을 벌렸지만 그 대신 깨끗하고 푸른 공기를 들이마셨다. 너른 바다가 아니라 하늘로 더 높이, 더 높이 나는 그렇게 헤엄치고 있었다. (중략) 그러고는 가느다란 푸른 강의 빛이 빙빙 돌며 땅을 향하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 끝에서 나는 잠자고 있었다. 엄마가 심어놓은 작은 씨앗 주변에서 똬리를 튼 채 태어나기를 기다리면서.”<컴퍼트 우먼>, 산처럼
재미 작가 노라 옥자 켈러는 1993년 하와이대학교에서 열린 인권 심포지엄에서 15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황금주 할머니(1922~2013)의 증언을 들었다. 증언에 압도된 작가는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일본 정부의 부인 속에 억눌려 있던 고통의 역사를 소설로 쓰기로 결심하고 1997년 <컴퍼트 우먼>을 출간한다. 소설은 위안부 피해 여성의 거대한 고통과 슬픔을 피해 당사자인 여성과 그 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간다. 출간 이듬해 1998년 아메리칸 북어워드를 받았다. 국내에는 1997년 <종군위안부>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가 절판됐다. 이번에 새 번역으로 나왔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는 지난 14일로 1700번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