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000100)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 기업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대신 신약 후보물질 도입과 공동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렉라자를 발굴해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제2의 렉라자’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17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지난해 집행한 바이오기업 지분 투자는 250억 원(2곳) 규모로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9건의 지분을 취득했고, 2022년 7곳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으며, 2023년에는 4건의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지분을 취득한 신규투자는 사이러스테라퓨틱스가 유일했다. 지난해 11월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지분 12만 2164주를 70억 원에 사들인 것. 이 회사는 혁신적인 소분자 치료제 개발부터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모두 보유한 회사다. 2023년에는 유한양행과 혁신적 소분자 항암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3자 배정 증자에 참여해 32.5%로 최대주주에 오른 화장품 생산기업 코스온의 경우 2015년 투자에 이은 추가 투자였다.
반면 바이오 기업 일부 지분을 대거 매도해 현금 322억 원을 확보했다. 바이오 기업인 에이프릴바이오 보유 지분 215만 5750주를 총 215억 9000만 원에, 제넥신 보유 지분 56만 8954주를 56억 3300만 원에 팔았다. 임플란트 기업인 워랜텍 지분은 320만 주를 처분했고, 건강기능식품 기업인 메디오젠 주식은 24만 6974주를 50억 원에 팔았다.
지분 투자는 줄이는 대신 기술도입과 협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초 유빅스테라퓨틱스와 단백질 분해제(TPD) 신약 물질 ‘UBX-103’ 도입계약을 체결했고, 프로젠과는 NTIG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해 면역치료제 공동개발을 하기로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분 투자를 줄이려는 의도는 없으며,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역시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