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주변에는 항상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취임 전부터 탄핵열차를 탄 오늘까지 2년 7개월 간 끊임이 없었다. 무슨 일의 배경에는 반드시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고 천공, 건진, 명태균 등 무속이나 영적 신통력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입줄에 올랐다. 그러한 징후는 대선에 나서기 전부터 있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가 올 3월에 펴낸 「검찰의 심장부에서」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무언가 생각을 정리할 일이 있으면 대검 청사 사이의 숲길을 걷곤 했는데 대검 청사와 바로 연결된 서초경찰서 뒤편 몽마르뜨 기슭에 웅덩이가 있었다. 어느 날 점심후 산책을 하다가 그 웅덩이 뒤 대마무 숲에서 여러 장의 부적을 보았다. 네모난 흰 종이에 검은색 붓글씨체로 용(龍) 자 형상이 적혀 있었다. 그때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거나 형사 문제가 있는 사람이 미신적인 의도로 군데군데 뿌려 놓은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때 용산 담벼락에 뿌려졌다는 용(龍) 자 부적과 크기와 색상, 글자체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다. 묘한 일치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0월 1일 손바닥에 ‘王’으로 보이는 한자를 적고 대선 경선 TV 토론회에 출연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 여사 간의 7시간 녹취록에도 부창부수 같은 모습이 보인다. 해당 녹취록에서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좀 볼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청와대 간다”는 등 무속에 심취한 듯한 말을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미신세계에 기울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들은 청와대의 용산 이전이나 올 6월의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동해유전 발표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금 수감 중인 명씨는 김 여사에게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조언을 했고 이때문에 대통령실 이전을 서둘렀다고 민주당은 설명한다. 동해유전 발표 직전에는 천공이 "한반도 밑에 가스·석유가 많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무속 의혹과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연관짓는 글이 등장했다. 선포일자인 ‘12월3일 10시30분’을 한자로 표기해 조합하면 ‘十二월(王), 三일十시(王), 三十분(王)’으로 임금왕(王)자가 연속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속 또는 주술정치도 끝을 행해 가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유쾌한 저항을 마다않기 때문이다. 하긴 이런 와중에도 천궁은 “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라며 “3개월 내 반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무속이나 역술, 명리학에 기대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속적인 믿음을 현실정치에 반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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