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회 부산국제도서전 테마가 '라퓨타'라는 걸 알았을 때 많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여러분의 상상으로, 여러분의 희망으로, 자기만의 라퓨타를 만들어 보세요'라는 도서전 문구가 꼭 그림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그림책『용을 찾아서』로 올해 칼데콧 영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의 말이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제1회 부산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여는 그는 19일 간담회에서 "독자는 이야기로부터 스스로에게 희망 또는 힘이 되어주는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찾는다"며 " 제가 『용을 찾아서』의 그림을 그리면서 주고 싶었던 메시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그림을, 줄리 렁 작가 글을 맡은 이 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동양 용과 서양 용에 대해 들려주는 얘기와 함께 아이가 모험을 경험하는 내용. 차 작가는 "어린 독자들이 두 가지 용의 존재를 조화롭게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책"이라고 했다.
칼데콧은 미국도서관협회가 미국의 그림책을 심사해 주는 이름난 상. 매년 한 편의 대상과 네 편 가량의 영예상을 선정한다. 미국·한국의 이중국적인 차 작가는 이 상을 받은 첫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초3~중1 때 한국에 산 것을 제외하곤 줄곧 미국에서 자랐다.
그는 "이민 오면서 어떻게 가져오셨는지 부모님이 전래동화 전집으로 책장을 빼곡히 채워 놓고 자기 전에 항상 책을 읽어주셨다"며 "그때부터 내 뿌리가 한국인이구나 각인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이자 미국인으로 정체성 갈등이 많고 소심했을 때 만난 게 '그림'이었다"며 작가가 된 배경을 들려줬다. 그는 "어려서부터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들을 읽으며 영감과 힘을 얻어왔다. 이 상을 받은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특히 이번 도서전에 초청받은 것을 "마법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도서전의 쟁쟁한 참여 작가들 중에 어쩌면 그는 막내뻘.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 같은 상에서 올해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를 비롯해 황선미 작가, 이꽃님 작가 등 큰 사랑을 받아온 청소년문학·그림책 작가들이 두루 강연·북토크 등의 행사에 나선다. 스위스의 다비드 칼리, 이탈리아의 줄리아 파스토리노, 대만의 린롄언 등 해외 작가까지 모두 100여명이 참여해 150여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도서전 주제인 '라퓨타'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여행한 세 번째 나라이자,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를 비롯해 여러 창작물에 영감을 준 곳이다.
주제전시 '라퓨타-한다, 어린이'의 큐레이터를 맡은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는 "일반적인 전시보다 많은 400권의 책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어린이들이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대에 나고 자란 점을 지적하며 "책을 좋아하게 되려면 직접 만지고 열어보고 품에 안아보는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수지 작가와 백희나 작가가 동시에 도서전에 참여하는 것은 볼로냐(세계적 아동도서전이 열리는 이탈리아 도시)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개막 전날인 27일까지 도서전 홈페이지에 사전 등록하면 무료입장 티켓을 받을 수 있다. 현장 입장권은 5000원에 판매하는데 주일우 집행위원장은 "청소년은 도서 구매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광역시 후원으로 다음달 1일까지 나흘 간 열린다. 출판사 등 참가사는 16개국 193곳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