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G손해보험이 국내 첫 가교보험사 편입 사례가 될 가능성이 나왔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가 보험 계약자 보호 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 노동조합은 또다시 강하게 반발하며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정례회의에서 MG손해보험의 가교보험사 설립 및 영업 인가 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인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건이 승인될 경우 예보가 전액 자본을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한 뒤 MG손보를 편입, 계약을 비롯한 자산과 부채 등을 관리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MG손보 처리 방안에 대해 조속히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데 이은 후속 조치로, 이달 첫 정례회의를 통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보는 2022년 MG손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개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지난 1월에는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두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 실사 일정 지연 끝에 최종 무산됐다.
이후 금융당국이 청산 또는 파산 절차를 포함한 다양한 정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다만 실제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약 124만명에 달하는 MG손보 계약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가교보험사 설립을 통한 계약 이전 및 관리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례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가교보험사가 실제로 설립‧운영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다만 예보는 과거 저축은행업계에서 가교금융기관을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31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3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가교저축은행을 설립한 뒤 최소한의 업무를 지속하며 3년에 걸친 매각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가교보험사도 이와 유사한 기간을 두고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는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의 인수 매력이 떨어져 계약 이전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MG손보를 가교보험사로 전환 후 운영 방식에 대해 일부 신규 영업을 허용하는 '개방형'과 영업을 전면 중단한 뒤 계약 이전만을 추진하는 '폐쇄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달 초 MG손보 측에 영업정지에 대한 기대효과, 내부 의견 등을 담은 의견서를 요청한 바 있다.
금융당국 가교보험사 추진에 MG손보 노조는 또한번 강하게 반발했다. 가교보험사 전환과 계약 이전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영업조직은 해촉을 우려해 개인대리점을 설립하고 기존 계약을 이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전환이 이뤄질 경우 이같은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보지부는 오는 13일 금융위원회가 있는 서울정부청사에서 이를 중단하고 정상매각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사무금융 노조 관계자는 "MG손보 노동자들은 정상 매각을 바라며 매각 과정에서 모든 협조를 약속했음에도 금융당국은 신계약 체결 영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의결하려 한다"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인 만큼 강경하게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