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당국이 중형 조선사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한 금융사들에 면책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회계법인의 사업성 검토를 통과한 RG의 경우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금융사와 담당 직원에게 책임을 물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전남 목포에서 조선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수주 선박의 사업성을 비롯한 미래 가치를 금융사들의 RG 심사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면책 특례를 부여하겠다”며 “조선사의 경영 실적 개선을 감안해 보다 다양한 금융사들이 RG 발급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는 외부 회계법인의 사업성 검토를 통과한 중형 조선사 RG 발급 업무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른 면책특례로 지정할 방침이다. 금융사가 제공한 RG에서 큰 금융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도 기존에 회계법인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과 ‘중형조선사 수주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금융사들이 중형 조선사 RG 발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RG는 조선사가 납기 내에 선박을 건조하지 못했거나 파산했을 때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피해액을 대신 보상해주는 제도다. 보통 선박 건조 대금의 40~70%를 보증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중형 조선사의 RG 발급엔 보수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대형사에 비해 부실 위험이 큰 중형 조선사에 RG를 함부로 발급했다간 손실은 물론이고 금융 기관 제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조선업 불황 당시 산업은행 RG 담당자들에게 잇따라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정부에선 최근 조선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서도 선박 수주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대한·케이조선과 HJ중공업 등 중형 조선사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89억 원으로 전년(-1318억 원) 대비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말 산업·기업은행이 소형 조선사의 수출용 RG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23년엔 RG 지원 규모를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RG 활성화 대책’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