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우리나라의 상속세율 부담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재계 안팎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영속성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오며 조속히 세율 인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현행법상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대기업 최대주주가 적용받는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질 최고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OECD 주요국 현황을 살펴보면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년)를 기점으로 해서 스웨덴(2005년), 러시아·홍콩·헝가리(2006년), 오스트리아(2008년), 체코(2014년) 등이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같은 경우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과거 가업승계를 포기했고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도 했다.
일례로 1975년 설립된 손톱깎이 세계 1위 업체였던 '쓰리세븐(777)'은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해 발생한 상속세금 15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후 '쓰리세븐'은 적자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콘돔 생산업체 1위였던 '유니더스' 역시 마찬가지다. 1973년 창업한 유니더스는 창업주였던 김덕성 회장이 2015년 타계하면서 아들인 김성훈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김상훈 대표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약 50억원 가량이었으며, 회사는 이러한 부담으로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겨야만 했다.
'100년 존속 기업'을 꿈꿨던 이들 기업이 상속세라는 벽에 가로막히면서 재계 안팎에선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떄문에 상속세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추세"라면서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경영의지를 꺾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기업의) 해외 이전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승계를 단지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기업 승계는)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노하우를 계승·발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존속한 장수 기업은 8만여 개에 달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4만5천여 개로 가장 많다. 미국, 스웨덴, 등 다른 선진국들도 1만개가 훨씬 넘는 반면, 한국은 두산, 동화약품 등 16곳에 불과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높은 상속세율은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결국에는 국가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을 떠나는 부유층 이탈 현상도 나타나는 만큼, 현행 고율의 상속세를 하루빨리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