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 또 물류센터 출근했대?”…전국 70% 쿠세권 만든 한 수

2024-10-09

역대급 폭염이 이어진 2018년 여름. 경기도 한 쿠팡 물류센터 입고장에 5톤(t) 트럭들이 2㎞ 넘게 늘어섰다. 제조업체에서 직매입한 물건을 쿠팡 물류센터로 실어주는 간선 트럭들이었다. 물류센터에 상품을 내려놓고 나가야 하는데, 센터의 입고 처리 속도가 느려 차들이 멈춰선 상태였다. 트럭 기사들 사이에서는 “쿠팡 입고 대기 잘못 걸리면 하루 공친다”는 소문이 났다. 주문을 제때 처리 못 해 멀쩡히 창고에 있는 상품을 ‘품절’ 처리하기도 했다. 쿠팡 직원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 “이러다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

김범석(미국명 Bom Kim, 범킴) 당시 대표는 인천과 덕평의 쿠팡 물류센터에 수시로 나타나 거기서 퇴근하곤 했다. 대체 왜 느린지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였다. 직접 배송 박스에 테이프도 발라보고 송장도 붙여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쿠팡 본사에선 물류 담당 임원의 표정이 어두우면 이런 농담이 오갔다. “범이 또 물류센터로 출근했어?”

“처음에는 아마존, 알리바바에서 물류센터를 세팅해본 사람을 데려와 똑같이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확장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쿠팡에서 6년간 일한 전 직원은 이렇게 털어놨다.

쿠팡이 아마존을 따라 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물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금 30억 달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아마존을 모방해 외관을 갖췄어도, 그 속을 채우는 건 오롯이 쿠팡의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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