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남친의 "결혼하자" 믿었다가…2700만원 보내려던 70대 가까스로

2025-09-16

퇴역 미군을 자처한 남성과 결혼을 약속했던 70대 여성이 수천만 원을 해외로 보내려다 경찰의 끈질긴 설득으로 가까스로 피해를 피했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지난 8일 오전 9시쯤 서울 금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 A씨가 거액의 해외 송금을 진행하려는 것을 은행 직원이 수상히 여기고 신고해 현장에 출동했다고 15일 전했다.

경찰이 송금 이유를 묻자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미군 남성이 한국에 와 결혼하자고 했다"며 "귀국 경비와 택배 비용이 필요하다기에 돈을 보내려 했다"고 답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을 곧 퇴역하는 미군이라고 속이며 A씨에게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경찰은 A씨에게 '로맨스 스캠'이란 범죄 수법을 3시간 넘게 설명하며 송금을 만류했다. 하지만 A씨는 "내 남자친구에게 내 돈을 주는 것인데 왜 막느냐"며 끝까지 믿으려 했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 송금을 멈췄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평소 긴밀히 협력해 피해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이나 유명인을 사칭해 친분을 쌓은 뒤 투자금이나 배송비 대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은 지난해부터야 범죄 통계에 집계되기 시작했으며, 2024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1559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고령층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는 아직도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60세 이상 고령층이 당한 사기 범죄는 4만 6046건으로 전년 대비 30% 급증했다. 사상 처음으로 4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노인을 겨냥한 사기 범죄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로맨스 스캠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일반 사기로 분류돼 처벌 강도가 낮다. 22대 국회에서 이를 보완하려는 개정안 10건이 발의됐으나 모두 무산되며 제도적 공백이 여전하다.

한편, 서울청은 지난 7월 다중피해 사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데 이어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피싱범죄 특별단속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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