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이어 함정도 갖춘 해병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5-12-11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는 1845년 개교해 올해로 180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해군 제독이 독식해 온 해사 교장 자리가 지난 8월 해병대 장군한테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해사 교장인 이벳 데이비스 해군 중장의 빈자리를 마이클 보그슐테 해병 중장으로 채운 것이다. 물론 해병대만의 사관학교가 따로 없다 보니 해사가 해병 장교 상당수를 양성해 온 것이 현실이다. 당장 보그슐테 교장도 역시 1991년도 해사 졸업생이다. 그렇더라도 해사 교장 직위만큼은 ‘해군 몫’이란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에 깨진 것이다.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해군·해병대의 ‘원팀’(one team) 정신을 입증한 이정표”라고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미군은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이 똑같이 별 넷(★★★★), 곧 대장 계급이다. 둘 다 합동참모의장이 주재하는 합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권한을 지녔다. 이 때문에 흔히들 ‘미국은 해군과 해병대가 완전히 분리된 독립 군종(軍種)’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미 국방부 아래의 육·해·공 3군부 가운데 해군부(Department of the Navy)가 해군·해병대를 나란히 관장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 100% 그런 것은 아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해병 장교 다수는 해사 졸업생이다. 최근 해사 교장에 해병 장성이 임명된 것도 해군과 해병대 간의 ‘특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국은 국군조직법 2조 1항에서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규정해 해병대가 해군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병대사령관은 별 셋(★★★), 곧 중장으로 해군참모총장(대장)보다 계급이 낮다. 해병대사령관은 3군 참모총장과 달리 합참 회의의 상임 구성원도 아니다. 국군조직법 13조 2항에 따르면 해병대사령관은 합참 회의가 해병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때 비로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해병대를 독립적인 ‘준(準)4군 체제’로 개편하고 해병대사령관의 위상을 격상하겠다”라는 공약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해병대와 방위사업청이 11일 부산에서 고속전투주정 ‘청새치’ 진수식을 거행했다. 우리 해병대가 1949년 창설 이후 함정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해병을 배에 태워 이동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해군 임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 해병대도 해군과 별개로 함정을 갖게 된 것이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해병대 항공단이 부활하면서 헬기 등 공중 전력을 오랫동안 해군에 의존해 온 해병대의 독자적인 항공 장비 운용이 가능해진 바 있다. 군용기에 이어 함정까지 획득하며 육해공을 넘나드는 입체적 작전 수행에 한 발짝 더 다가간 한국 해병대의 장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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