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되나…안전사고 철퇴 부담에 코레일 '후임자 찾기' 난항 우려

2025-08-23

코레일 역대 11명 사장, 3년 임기 미완료

중대재해 책임에 정치권·내부출신 등 손사래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번번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이른바 '수장 잔혹사'를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공기업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한문희 사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긴 채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안전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현 정부 기조상, 코레일의 잇따른 안전사고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정치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 인선마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코레일 역대 11명 사장, 3년 임기 미완료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최근 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정부의 안전 정책 기조에 후임 인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5년 1월 철도청에서 운영 및 차량 유지·보수 기능을 떼내 분리된 한국철도공사는 1대 신광순 사장부터 지금까지 총 11명의 사장이 역임했다. 하지만 수년간 안전사고와 경영난이 반복되면서 사장들의 '단명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명의 사장이 거쳐가는 동안 임기를 끝까지 채운 코레일 사장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자리 교체가 반복된 데다 대형 열차사고와 현장 인명사고 발생 시마다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중도 퇴진이 잇따랐다. 정계 진출을 위해 사표를 던진 사장들도 여럿이다.

한문희 사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사장은 초대 사장이었던 신광순 사장 이후 두번째 내부 인사로 대내외적으로 3년 임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년여 임기를 남기고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한 사장은 취임 초기 '안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크고작은 열차사고는 물론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화물열차 탈선 사고와 이달 경부선 현장 점검 중 안전사고 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열차 사상 사고가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현 정부가 '안전'을 핵심 국정 아젠다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중대재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고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도 건설·철도·항공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안전관리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조 속에서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크다. 기관장 교체라는 강경 조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한 사장이 자진 사임한 것이다. 역대 사장 가운데 안전사고의 책임에 따라 물러난 인물은 8대 오영식 사장, 10대 나희승 사장이 있다.

◆ 중대재해 책임에 정치권·내부출신 등 손사래

문제는 후임 인선이다. 코레일의 경우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매년 현장에서 사망사고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에선 치명적인 리스크다. 실제로 코레일 전임 사장들도 임기를 다 채운 적이 없는 데다 안전사고 리스크를 안고 새 기관장으로 오기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상행선 선로를 점검하는 모터카와 선로 보수 작업용 모터카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코레일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같은해 9월에는 호남선 익산수송원처소 개량공사 중 작업자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재해 사고로 인해 지난 2020년 1명이 사망한 이후 매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지난해 3명으로 늘었다.

중대재해 책임 등으로 인해 정치권에선 코레일 사장 자리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기관장을 발판 삼아 정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시도도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코레일 사장직을 정계 진출하기 위해 발판으로 삼는 사례도 있었다. 4대 허준영 사장과 6대 최연혜 사장은 취임 이후 정계 진출을 위해 중도 사퇴했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조직 안정성과 현장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사 선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 책임론이 뒤따르는 만큼 유력 후보들도 선뜻 나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철도 노후화, 인력 부족, 재정 악화 같은 구조적 문제까지 겹쳐 후임 사장으로 오더라도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를 하고 예방을 한다고 갑작스럽게 터지는 사고를 모두 막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가 강해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코레일의 수장을 맡는다는건 결국 직을 걸고 일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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