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재격화되면서 전 세계에서는 ‘이우지수’로 불리는 중국 저장성 이우 시장의 동향에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4월 무역 갈등이 다시 불붙으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우 시장은 시장 다변화와 분쟁 지역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현지시간) ‘세계의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이우 시장의 수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회복력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우는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혀 왔다. 크리스마스 장식부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에 이르기까지 각종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미국에 수출해 온 탓이다. 최근 몇 년간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2024년 기준 이우 지역 수출의 약 15%는 여전히 미국 시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우는 미국 시장에서 줄어든 수요를 예상보다 훨씬 빨리 대체했다. 현지 세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이우의 수출입 총액은 7000억위안(약 144조9070억원)을 넘어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다. 이는 이미 전년도 연간 실적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성과의 핵심은 신흥시장으로의 전환이다. 같은 기간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교역은 전년 대비 51% 급증했고, 아프리카와 중남미와의 교역도 각각 21.8%, 14% 늘었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안바운드의 창립자인 천궁은 “이라크와 이란, 남미 국가들을 포함한 신흥시장이 이우 수출 호황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며 “이들 지역은 분쟁 이후 재건 단계에 있거나 제한된 구매력 속에서 소비 고도화를 겪고 있는데, 이우의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모델이 정확히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천궁은 또 “전후 재건과 경제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건설 자재, 생활용품, 기계류에 대한 수요가 특히 크다”며 “이우의 성공은 정부 주도의 정책이 아닌 순수한 시장의 힘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우에서 기계 장비를 거래하는 장톈칭도 “이란과 이라크, 이스라엘,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신규 주문이 늘면서 올해 매출이 약 20% 증가했다”며 “분쟁이 많을수록 관련 수요가 늘어 사업은 오히려 잘된다”고 말했다.
이우는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용품 생산지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미국은 중국이 생산한 크리스마스 장식의 절반 이상을 구매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0월 중국의 크리스마스 장식 수출액은 5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억달러에서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수입 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이우 상인들이 (크리스마스용품 수출에서) 미국 대신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통계에 따르면 독일과 네덜란드로의 수출은 각각 22%, 16%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 전략으로 산타클로스를 분해해 머리와 팔다리, 몸통을 각각 동남아시아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재조립해 라벨을 바꾸고 미국으로 판매하는 방식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우호적인 정책 환경 역시 이우 수출 확대를 뒷받침했다. 현지 당국은 ‘이우 제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잇따라 상품 박람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문화상품 전시회를 열어서 지역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 지난해 10월 체결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3.0은 동남아시아의 중국산 제품 수요가 가속화되는 시점과 맞물리며 이우 수출업체들에 또 다른 호재로 작용했다.
수출로 잘 알려진 이우는 수입 부문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발달한 물류망과 낮은 배송 비용이라는 강점을 수입에도 활용하면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 상품의 중국 내 주요 유통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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