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효과 톡톡히 본 中, '전략광물' 쥐고 협상 판 흔든다

2026-01-01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개혁 개방으로 중국 경제를 일으킨 덩샤오핑이 1992년에 남긴 말이다. 30여 년이 지나 그의 예견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는 최고의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 중국은 고율 관세를 퍼부으며 강공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대응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희토류 지배력을 무기로 관세와 수출통제 양보를 받아냈고 결국 승리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희토류 효과를 톡톡히 본 중국이 이번에는 은을 ‘제2의 희토류’로 들고 나왔다. 중국 정부는 1일부터 텅스텐·안티몬과 더불어 은의 수출통제를 시작하며 수출 자격과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당초 중국 국무원은 2017년 ‘전국광물자원계획’을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희토류 등 24종의 광물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관리해왔으나 은은 이 목록에 없었다. 은이 새롭게 규제 목록에 포함된 이유를 두고 중국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은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가치도 매우 높다. 전기전도율이 높아 인공지능(AI)과 태양광·전기차·우주산업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넓게 쓰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배터리 전기차는 한 대당 25~30g의 은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은은 최근 5년 연속 품귀 현상을 빚었으며 지난해 전 세계 은 수요와 공급의 격차는 3660톤에 달했다. 올해는 7000~8000톤의 은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은값 상승률은 금값 상승률(60%)의 두 배를 넘는 160%에 달했을 정도다. 중국의 은 통제 소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에 “매우 좋지 않은 징조”라면서 “은은 수많은 산업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금속”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다수가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로 이미 영향을 받았거나 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관련 시장에서는 중국의 지배적 위치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정제·가공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의 은 생산국 중 한 곳인 동시에 매장량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중국의 지난해 은 생산량은 5910톤으로 멕시코(6843톤)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해 전 세계 은 무역량에서 중국은 약 23%를 차지했다. 글로벌 정제 능력 91%를 자랑하는 희토류보다는 낮은 비중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수출허가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은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00달러(약 14만 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국은 전략 광물 수출통제를 대외 협상 카드로 활용해왔다. 2023년에는 갈륨과 게르마늄, 2024년에는 안티모니, 지난해에는 희토류인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으로 통제 범위를 넓혔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9%, 텅스텐의 83%, 비스무트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흑연과 텔루륨·규소·인듐·바나듐도 70% 이상의 점유율로 세계 1위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은 수출통제 조치를 두고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부산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도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협상 지렛대로 활용한 전력이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도 은을 전략자산으로 속속 편입시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자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핵심 광물’ 목록에 구리·우라늄 등과 함께 은을 추가했다. 이후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브라질,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도 은을 공식 비축 또는 전략 자산에 잇따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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