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서 중도 후보 ‘깜짝 1위’···좌파 19년 집권 마침표 코앞

2025-08-18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남미 볼리비아에서 1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과 중도 성향의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향후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중도 후보와 보수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19년 동안 연속 집권한 사회주의운동당(MAS)은 정권 유지에 실패했다.

볼리비아 선거법원이 이날 발표한 예비 집계에 따르면 로드리고 파스 기독교민주당(PDC) 후보는 31.6%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자유민주당 후보 호르헤 키로가 전 볼리비아 대통령(27.2%)과 사무엘 도리아 메디나 국민연합전선(UN) 후보(19.6%)가 뒤를 이었다. MAS의 에두아르도 델 카스티요 후보는 3.2%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파스 후보와 키로가 전 대통령은 오는 10월19일 결선투표에서 다시 경쟁한다. 볼리비아 현행법에 따르면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나 2위 후보와의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1위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를 치른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순위가 높았던 키로가 전 대통령과 도리아 메디나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후보 모두 보수 성향으로 2005년 대선에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 밀려 낙선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중도 성향의 파스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파스 후보는 1위 득표 소식이 발표된 후 수도 라파스의 거리로 나와 “우리는 경제를 안정화하고, 통치력을 확보하고, 국가가 아닌 국민의 소유로 경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2002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번 선거에서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를 구호로 내세우면서 공기업 구조조정과 공공입찰 부패 방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볼리비아에선 부정선거 의혹을 받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2019년 사퇴하고 1년간 과도정부가 들어선 기간을 제외하고 MAS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19년간 연속으로 집권해왔다. MAS 정권은 집권 초기 자원 국유화를 추진하며 재정을 확보했고, 전 세계 원자재 호황과 맞물려 볼리비아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볼리비아의 경제가 기울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책 사업 남발, 과도한 재정 지출, 관료 부패 등을 경제난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7월 볼리비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24.86%를 기록했다. 이에 2020년 총선에서 55%의 지지를 얻은 MAS 지지율도 내림세를 보였다.

MAS의 내부 분열도 재집권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중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벨체 전 대통령 다음으로 2006년 취임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를 ‘핑크 타이드’(중남미 국가에서 중도좌파 정부가 집권하는 현상)로 합류시킨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4선에 도전한 2019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사퇴한 데 이어 현재 미성년 성폭행 및 인신매매, 테러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도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려 했고, 같은 당인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이에 반기를 들면서 MAS는 이번 대선에서 ‘모랄레스파’와 ‘아르세파’에 각각 속한 두 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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