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은
지난 세월, 아무 일 없게,
부단히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자연 속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고, 이 중 곤충은 가장 많은 종다양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어린이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많은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강렬한 신비감을 선사해주는 곤충은 바로 반딧불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시골 주변의 하천과 논, 그리고 들녘과 산기슭에서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듯한 빛의 전령 반딧불이를 만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반딧불이는 전국에서 ‘개똥벌레’로도 많이 불렸는데, 그 유래에는 개똥만큼 매우 흔하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반딧불이의 불빛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어디선가 반딧불이가 발견되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반딧불이 감소에 대해 일본을 포함한 각 국가의 자료를 종합하면 농약, 합성비료, 합성세제 사용과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야간의 빛 공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슷한 모양새다. 지난 6월 26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동남아 맹그로브숲에 사는 반딧불이 4종을 멸종위기종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국립공원연구원에서는 지난 4년 동안 국립공원의 반딧불이 서식과 분포 정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였다. 첫째는 대부분의 국립공원에 여전히 많은 반딧불이가 숲속과 하천 밤을 아름답게 밝히고 있다는 것과, 둘째는 반딧불이 집단이 유전적으로 각각 독립적으로 분화되어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가 암시하는 분명한 점은 국립공원이라는 보호지역 제도가 생물종 서식지 안정화에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곳은 청정자연환경을 지닌 곳으로, 이는 우리 인간이 살며 정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쾌적한 오감을 느끼기에 좋은 환경을 의미한다.
올 초여름 무등산국립공원의 한 숲속에서 반짝이는 별 무리로 다시 만난 반딧불이는 빛으로 말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은 지난 세월, 아무 일 없게, 부단히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