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노조,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에 '강경투쟁' 돌입

2024-12-17

尹 탄핵정국 속 노조리스크 '변수'

노조 "단계적 절차 걸쳐 총파업" 돌입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매각 성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MG손보 노조 리스크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 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할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과정 자체가 ‘밀실 야합’이란 의심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MG손보 노조는 16일 서울 중구 예보 본사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즉시 준법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단계적인 절차를 거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배영진 전국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은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전 임직원이 길바닥에 나앉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그럼에도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노조의 외침에는 아랑곳없이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매각은 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예보는 2년전부터 고용승계 없는 P&A 방식 매각 계획을 세웠다”며 “유재훈 예보 사장은 임기 1년을 남기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MG손보 임직원과 그 가족들을 쓸어버리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노조는 결의문에서 “예보는 모든 국민과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윤석열 탄핵에만 몰두해 있는 혼돈 속의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기습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며 “혼돈의 시국을 틈차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밀실 야합의 과제 완성을 실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와 금감원, 예보에서 파견된 관리인 교체 및 징계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예보는 지난 9일 MG손보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0월 2일 인수제안서를 낸 2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지원요청액, 계약 이행능력 등에 대해 심사한 결과, 메리츠화재가 부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메리츠화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 MG손보 매각절차에 대한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하며 공세를 펴는 모습이다.

앞서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MG손보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권대영 사무처장은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정부가 인사에 개입한 인물인데다가 매각방식도 갑자기 바뀌는 등 정부 그림자가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시 권 사무처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대통령 인수위 시절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일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권 사무처장의 매각절차 개입 의혹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취해진 조치가 전무하다”며 “해당 진상조사는 MG손보 매각절차에 대통령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여부를 밝히는 핵심고리”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아가 노조는 금감원이 지난해 9월 메리츠화재 및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기검사 발표를 지연한 의혹과 메리츠화재의 100억원대 불법 리베이트 의혹 등의 사실규명이 이뤄지기 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집회에서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은 “금융당국은 2020년 12월까지는 MG손보에 대한 정상적 매각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권 사무처장이 금융위에 발령받은 이후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다”며 “메리츠화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두 번의 강력한 조치사항을 받았는데, 이러한 회사와의 수의계약이 적법한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 예보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메리츠화재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인수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향후 사법 리스크에 휘말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부담이 적잖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끝까지 완주할지는 의문이지만, 인수 실사는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 메리츠화재가 MG손보에 대한 인수를 포기하려고 해도 절차적 명분을 얻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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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원칙이 곧 지름길. 금융 보험·카드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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