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로 '예비 불씨' 점화···12월부터 이탈리아서 봉송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내년 2월 이탈리아 전역에서 펼쳐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마침내 첫 불꽃을 피워 올렸다.
26일(한국시간)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성화 채화식이 열리며 대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성화 채화는 원래 헤라 신전 앞에서 오목거울을 이용해 태양빛을 모아 불씨를 얻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올해는 예보된 흐린 날씨 탓에 태양광 채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이틀 전 리허설에서 미리 점화해 두었던 '예비 불씨'를 공식 행사에서 사용했다. 채화식 장소도 야외 신전이 아닌 인근 고고학 박물관으로 옮겨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파리올림픽 성화 채화식에서도 흐린 날씨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예비 불씨가 활용됐던 전례를 떠올리게 했다.
행사에서는 대사제 역할을 맡은 그리스 배우 메리 미나가 성화봉에 '예비 불꽃'을 옮겨 붙였고, 이어 첫 번째 주자인 조정 선수 페트로스 가이다지스가 성화를 넘겨받았다. 가이다지스는 파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엘리트 선수로, 그의 출발을 기점으로 성화는 올림픽 여정을 시작했다.
박물관을 빠져나온 성화는 이탈리아의 크로스컨트리 영웅 스테파니아 벨몬도에게 이어졌고, 이후 루지 종목의 살아있는 전설 아르민 죠겔러 등 여러 스포츠 스타들의 손을 거치며 그리스 현지를 누볐다. 성화는 그리스 각지를 이동한 뒤 오는 12월 4일,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 조직위원회에 공식 전달될 예정이다.

이탈리아로 넘어간 성화는 12월 6일 로마에서 봉송을 시작해 약 63일 동안 전국 60개 도시를 돌며 약 1만2000㎞의 여정을 이어간다. 봉송에는 약 1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를 비롯한 여러 개최 도시에서 동계올림픽의 열기를 미리 불어넣게 된다. 대회는 내년 2월 6일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개막해 22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채화식에는 올림픽 역사에서도 상징적인 인물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첫 여성 수장으로 선출된 커스티 코번트리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성화 채화식에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이날 아침, 근대 올림픽의 부활을 이끈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심장이 안치된 묘소를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올림픽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다시금 일깨워준 특별한 순간이었다"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오늘날처럼 갈등과 분열이 심한 시대에 올림픽은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라며 "전 세계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열정적인 국민성을 지닌 이탈리아가 올림픽의 감동을 세계 곳곳으로 퍼뜨릴 것"이라고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코번트리 위원장 외에도 콘스탄티노스 타술라스 그리스 대통령, 밀라노·코르티나 조직위원장 조반니 말라고, 그리고 바흐 전 IOC 위원장 등 올림픽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성화 여정의 시작을 축하했다.
wcn05002@newspim.com
![LIVE : [포토타임] 국민 배우 이순재의 마지막 무대...영결식 엄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1/27/731fa8e3-de32-49e5-871f-107302268f9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