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직후 최저한세 휴지통에
韓 작년 시행···내년 6월 첫 신고 예정
한경협 “우리기업 역차별” 유예 곧 건의
유예·폐지땐 美진출 배터리사등 안도
연80조 수출기업 부가세환급도 주목
트럼프 조금으로 보고 상호관세 가능성
빅테크 매출 발생지서 과세 디지털세
트럼프 加·佛 직격 시행 어려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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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 국의 부가가치세는 물론 글로벌 합의에 따른 글로벌 최저한세와 디지털세까지 무력화에 나서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부에 글로벌 최저한세 유예를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발을 뺀 상황에서 유럽과 함께 한국이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국내 기업의 세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17일 한경협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글로벌 최저한세 유예를 곧 건의할 계획”이라며 “100개국 이상 합의했기 때문에 폐지는 어렵겠지만 내년 6월 첫 신고는 연기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에서 합의한 국제조세제도다.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 연결재무제표 매출이 7억5000만유로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법인세 실효세율 15% 미만을 납부한 경우 본점 소재지에서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은 2022년 12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과 관련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령 작업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2024년분에 대해 내년 6월 첫 신고가 이뤄진다. 한국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가장 앞선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서명한 각서에서 “글로벌 최저한세의 효력이 미국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주권과 경쟁력을 회복한다”며 폐기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폐기할 경우 한국 정부나 국회도 이를 유지할 명분이 사실상 사라진다. 국내 대기업만 역차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최저한세가 유예 또는 폐지될 경우 특히 미국에서 보조금 등으로 겨우 흑자를 내고 있는 배터리 업체들이 추가 세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는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디지털세는 해외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구글, 애플 등 빅테크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많은 국가가 2026~2027년 도입을 계획 중인데 미 정부 반발로 글로벌 시행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캐나다와 프랑스는 미국 기업에 디지털서비스세를 연 5억달러 이상 징수하고 있다”며 “미국만이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교역 상대국들은 디지털서비스세라는 명목으로 미국 기업에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압박하는 부가가치세 문제는 한국 기업에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수출 기업은 수출할 때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받는다. 수입국에서 부가세나 판매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재료비에 대해서는 부가세 환급도 해주고 있다.
수출이 늘수록 수출 기업이 받는 부가세 환급 규모는 늘어난다. 2022년의 경우 역대급 수출을 기록하며 부가세 환급 규모가 86조7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3년에도 부가세 환급 규모는 76조8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이 역대 최대 수출액을 올리면서 수출 기업에 대한 부가세 환급 규모는 90조~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 세무사는 “미국은 판매세 체제로 수출 기업은 판매세를 부과하지 않아 환급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수출 기업은 부가세 10%를 환급받지만 미국 수출 기업은 판매세 평균 6.6%만 면제받는다는 뜻이다. 결국 양국 간 세율 차이만큼 미국 기업이 수출할 때 불리한 셈이다.
유럽은 부가세가 20%가 넘는 곳이 많다. 유럽연합(EU) 평균 세율은 22% 정도다. 헝가리는 27%, 덴마크는 25%다. 따라서 부가세 영세율 적용을 받으면 유럽 수출 기업들은 평균 22%를 환급 받는다.
지난 13일 상호관세 브리핑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독일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부가세를 환급받는다”며 “이는 대규모 수출 보조금과 같다”고 지적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