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보험 업계가 금융위원회와 3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 협약식을 맺었다. 서민과 취약 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보험을 출시하는 것이 골자였다. 보험사는 협업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보험료를 전액 지원한다. 이를 두고 한 금융계 인사는 “복지 정책을 금융회사의 돈으로 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정부의 ‘상생금융’은 대통령의 성향 탓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성남시장 시절 민간 채무탕감기관인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을 맡은 이력까지 찾아볼 필요도 없다. ‘금융계급론’을 언급하며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 경감을 강조한 것만 봐도 금융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선은 확고해 보인다.
다만 대통령의 성향으로만 접근하면 현 정부의 관치금융을 조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정부가 관치금융을 통해 정부 재정의 역할을 보충하려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장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5대 금융지주는 이 중 3분의 1에 달하는 50조 원을 출자한다. 정책펀드를 활용하면 재정을 적게 투입해도 금융계 자금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올 9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에서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해주면 훨씬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하자 금융위 부위원장이 “재정에서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금융에서 10~20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1~9월 관리재정수지는 이미 102조 4000억 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0조 원대 적자가 확실시된다. 저출생·고령화로 한국의 미래 재정은 빠듯하다. 관치금융으로 확장 재정을 대체하고 보조하는 전략은 이후 다른 정권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확장적 관치금융의 기회비용은 분명하다. 금융 서비스나 건전성 관리와 같은 금융 산업의 본질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금융사의 자산이 재정 정책의 종속변수로 여겨지는 풍토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금융 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 “요즘 당국이 금융 산업 자체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는 금융계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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