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여의도 복합공연장과 문화도시 서울의 미래

2025-11-28

금융과 정치의 상징이던 서울 여의도에 몇 년 후 대규모 복합공연장이 들어선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사업이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상징적 공간에 문화예술의 심장을 더하겠다는 구상은 오세훈 시장이 오래 강조해 온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 복합문화시설은 여의도공원 북쪽 연면적 6만6000㎡ 규모로 대극장과 중극장, 전시장, 전망대 등을 갖춘다.

정치·금융 중심에 제2세종문화회관

서울·한강 경험할 창작콘텐트에

기업후원·시민참여 생태계 꾸려

모든 시민이 예술 즐길 수 있어야

그간 여의도는 금융 중심지, 국회가 자리한 정치 중심지로서 한국 현대사 무대에 서 있었다. 그러나 문화예술 본거지로서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복합공연장 조성은 서울에 새로운 층위를 보탠다. 여의도뿐 아니라 인접한 한강 수변 공간과 강남·강북을 잇는 광역 문화 동선 전체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한 경제 규모나 산업 시설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창의성, 다양성, 삶의 질이 결합한 ‘문화적 매력도’가 글로벌 도시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런던·파리·뉴욕이 세계 도시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이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품고도 문화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면, 여의도의 변화는 그 흐름을 바꾸는 첫 신호가 될 수 있다.

여의도의 비전은 이미 해외 도시 사례에서 가능성이 검증됐다. 오 시장이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가 그러하고, 특히 템스강 남쪽 낙후지역을 문화 중심지로 변모시킨 영국 런던의 사우스뱅크 프로젝트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참고 모델이다. 테이트 모던과 셰익스피어 글로브, 사우스뱅크센터, 로열 내셔널 시어터 등이 나란히 들어서며 형성된 이 지역은 지금 영국 현대예술의 심장으로 불린다. 과거 산업지대였던 강변이 세계인이 찾는 예술의 성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여의도 역시 정치와 금융 중심지라는 기존 정체성에 ‘문화예술 허브’라는 새로운 역할이 더해질 경우, 서울이라는 도시의 위상 자체가 한 단계 격상될 수 있다. 63빌딩 내에 예정된 퐁피두센터 서울관, 시범아파트 재개발 단지 내의 문화예술공간까지 더해지면, 여의도는 확실한 예술 클러스터로서 기반을 갖추게 된다.

도시는 물리적 시설이 있다고 저절로 예술적 활력을 얻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트와 생태계다. 그래서 여의도가 문화예술의 새로운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강력한 문화 네트워크의 연결이다. 새로 들어서는 공연장과 미술관이 각각 고립된 시설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 한강 수변의 산책 동선과 연결된 문화 루트, 편리한 대중교통망,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템스강의 사우스뱅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화가 흐르는 도시 동선’이 있었다는 사실을 서울도 주목해야 한다.

둘째, 견고한 민간과 공공의 협력 구조다. 금융 중심지라는 여의도의 특성을 생각하면, 기업의 문화 후원과 시민 참여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문화 생태계 구축이 유리하다. 금융회사 등과 연계한 문화 혁신 프로젝트는 여의도의 산업적 에너지와 예술적 비전을 동시에 살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셋째, 서울만의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트 생산이 중요하다. 단순히 해외 유명 공연을 수입해 오는 수준을 넘어 서울의 도시성, 한국의 현대성, 한강의 장소성을 담은 창작 콘텐트가 축적될 때 여의도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된다. 뉴욕 브루클린이 ‘메이드 인 브루클린’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처럼 여의도 역시 ‘여의도에서 태어난 예술’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면 좋겠다.

넷째, 시민의 일상과 예술의 거리 좁히기도 필요하다. 이름난 서울시향의 ‘강변 음악회’와 같은 수변 야외무대나 광장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모두의 경험이 되도록 돕는 일이다. 도시의 문화력이란 곧 시민의 문화역량이기도 하니 말이다.

글로벌 시대의 도시는 승부처가 달라졌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도시, 체류하고 싶은 도시, 기억에 남는 도시가 진정한 경쟁력 있는 도시다. 그 기준에서 본다면 여의도의 변화는 서울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이다.

그 기회를 어떻게 가꿀지는 지금 서울이 어떤 미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규모 복합공연장을 품게 될 여의도가 한국 현대예술의 새로운 심장이 되어 한강을 따라 뛰기 시작하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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