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6·KT)가 본격적인 포수 시즌을 준비한다. 진짜 ‘최대어’가 되기 위한 대변신에 들어갔다.
강백호는 호주 질롱에서 진행 중인 KT의 스프링캠프에서 포수조에 포함돼 있다. 출발 전 구단이 발표한 명단부터 장성우, 조대현, 강현우, 김민석과 함께 ‘포수’로 분류됐고, 현지에서도 모든 훈련을 포수조에서 함께 소화하고 있다.
2018년 입단 이후 강백호가 스프링캠프에서 포수로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나가 훈련을 시작하는 포수조에서 얼리워크부터 엑스트라 훈련, 야간 수비 훈련까지 전부 소화한다. 포수들은 일반 야수들과 달리 자신의 타격·수비 훈련 시간 외 로테이션 훈련 때도 투수들 공을 다 잡아야 한다. 훈련 시간이 전에 비해 대폭 늘었고 전에 안 하던 야간 훈련까지도 강백호는 다 소화하고 있다.
서울고 시절 투수이자 포수이며 4번 타자로 고교야구를 평정해 유명했던 강백호는 타자로 입단한 KT에서 외야수로 출발했다. 이미 포지션별 주전들이 있는 상태에서 신인이지만 타격 좋은 강백호가 선발 출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후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1루수로 자리를 옮겼던 강백호는 올해 포수로 완전한 변신을 준비한다.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시즌이기 때문이다.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강백호는 가진 실력과 스타성을 통틀어 이미 예비 FA 중 ‘최대어’로 불리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는 포스팅 자격 요건을 채우자 선수 의사와 관계없이 메이저리그사무국에서 신분조회가 들어오기도 했다. 2022~2023년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했는데도 2024년 재기하자 예비FA 중 가장 관심을 받는다. 타격에서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관건은 수비다. 현재 강백호는 아주 매력적인 타자지만 수비에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한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외야수와 1루수를 거친 강백호는 사실상 지명타자로 뛰어왔다. 20대 유망한 타자를 지명타자로 소비하지 않기 위해 KT는 계속 강백호에게 맞는 포지션을 고민해왔다. 강백호도 군말 없이 노력해왔지만 늘 이상하게 꼬여 결국 정착하지 못했다.
2020년 1루수로 이동하면서는 제자리를 찾는듯 보였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받고 국가대표로도 선발될 수 있었지만 2022년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서 그해 FA 입단한 박병호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023년에는 자청해 외야수로 옮겼지만 수비 실수로 한 번 트라우마를 안은 뒤 회복하지 못했다. 다시 외야에 서지 못하는 강백호의 돌파구가 포수다. 지난해 포수로 조금씩 나서기 시작했고 올해 그 경기 수를 더 늘리려 하고 있다.
고교 시절 이후 처음이다보니 쉬울 리는 없지만 지난해 갑자기 포수로 나가서도 강백호는 송구나 블로킹 등 기본기에서는 코치진이 감탄할 정도의 기량을 보였다. 지난 시즌 ‘테스트’ 차원에서 시작해 30경기에서 169.2이닝이었던 포수 강백호의 수비 이닝이 올해는 크게 늘 계획이다. 주전포수는 장성우지만 우완 쿠에바스, 고영표, 소형준의 등판 경기를 중심으로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쓸 기회가 잦을 것으로 보인다. 포수가 금값인 시대, 본격적인 변신 도전으로 야구 인생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을 찾기 위한 강백호의 의지다. KT 코치진은 지금 강백호의 열정에 놀라고 있다.
장재중 KT 배터리 코치는 “여기 캠프에 온 뒤로 180도 달라졌다. 조절을 해줘야 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송구와 캐칭도 작년에 비해 굉장히 좋아졌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얘기해보면 투수를 편하게 해줘야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개막까지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고 조금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 상태로만 가면 작년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포수가 돼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출발이 순조롭다. 데뷔후 처음으로, ‘포수 강백호’가 매우 뜨거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